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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Feb 17. 2024

백두대간 11번째 이야기

괘방령에서 추풍령을 가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쏟아지는 태양빛이 좋았다.

'격새지 간'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지난 산행도 눈 내린 산행이었는데 봄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져서 대원들은 모두 외투를 벗고 산행을 시작했다.

산을 올라가며 옷을 한 가지씩 벗기 시작하면서 반팔티를 입고 걷는 대원도 있고, 긴 스피치를 하고 걷던 대원들은 스피치를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걷는 대원도 있었다.

나는 지난번 산행에서 발뒤꿈치에  심한 부상을 입어서 새 등산화를 준비했다.  거의 2주일 동안 10일 정도는 등산화적응 기간을 같고 가까운 야산에서 걷기 운동을 해서 인지 새 등산화를 신고 걷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항상 후미를 찾이하던 내 짝 도우너가 내 앞에서 가고 있었다.

앞에 가는 대장님한테 도우너가

"대장님, 제가 오늘은 선두에서 걷고 있네요. 참 신기해요."

했더니 대장님 왈

" 도우너님 운동 열심히 하세요. 앞으로 시간 안에 통과해야 하는 구간이 있는데 그때를 위해서 운동해야 해요."

도우너가 받아치듯 말한다.

"대장님, 저 집옆에 있는 산을 일주일에 세 번씩 걸었어요. 그래서 빨라진 것 같아요."

그 말에 나도 끼어들었다.

"운동을 한 이유도 있겠지만 도우너가 이번에 장비를 다시 준비했잖아, 등산실력이 10이라면 9가 장비고 1이 체력이라고 했잖아."



가성산으로 가는 길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그러나 이번구간 괘방령에서 추풍령으로 가는 코스가 짧지만 만만한 길이 아니다. 내려가고 올라가는 길이 너무 많고 높낮이가 심하다 보니 올라가는데 인내를 하지 않으면 걷기 힘들다. 그리고 내려가는 구간은 응달이어서 눈이 얼음으로 변해있었다. 뒤로 벌렁 넘어지는 대원들도 많았다.



가성산에서 본하늘



나는 6년 전 손목골절로 수술을 하고 난 후 미끄러운 곳이 나오면 공포증을 느낀다. 오늘도 미끄러운 곳을 내려갈 때 다리가 떨어지지 않아서 엄청 불편했다. 그런데 미끄러운 구간이 짧아서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가서 더욱 불안했다.



점심식사 하는 사람들


가성산을 지나 장군봉에 도착했을 때 장군봉팻말 뒤에 비닐탠트가 쳐져있는데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했다. 우리 대원들은 아닌데 옷을 나뭇가지 위에 걸어놓고 배낭도 내놓고,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하늘이 너무 파래서 한컷


장군봉에서 눌의산으로 가는 곳도 높낮이가 심한데 올라가는 길에서 하늘은 쳐다보았더니 너무 파래서 선두를 지키는 것보다 파란 하늘을 사진 찍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나무들은 그 딱딱하게 달라붙었던 상고대를 걷어내고 이젠 자유로운 나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파란 하늘아래서 살랑이는 봄바람과 노닐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눌의산에서 본풍경


"봄이다!"

눌의산에서 본 나무의 눈들이 통통해졌다.

눌의산에서 내려오는 비탈길이 가장 심하고 미끄러웠다.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구간이 100m 정도의 길이로 길었다. 그 어려운 길을 지나고 나니 걷기 좋은 길이 나왔다.


매화나무


매화나무 꽃망울이 곧 터질 듯 통통해지고 있다.





둘레길처럼 평탄한 길을 걸으며 둘래길 걷던 이야기를 하며, 백두대간 끝부분이 오늘처럼 평탄한 길을 걷게 되어 비탈을 많이 오르고 내린 무릎이 좀 쉴수 있는길이어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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