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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Feb 22. 2024

정월에 내린 눈

아침 카톡음에 눈을 떴다

눈이 이온 사진 3장이 날아왔다.

"어 눈이 왔네."

이렇게 말하고 나는 커튼사이로 살짝 밖을 보았다.

올해 백두대간에서 눈이 온 것을 많이 봐서 눈이 와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어젯밤에 내린 눈은 너무 소복하게 내려왔다.

아이들이 오는 길에 눈이 미끄러우면 안 될 것 같아 눈을 치우러 나갔다.

양쪽길이 100m씩은 치워야 되는데 날씨를 보니 오후에는 녹을 것 같았다. 

제설도구 넓은 넉가래를 들고나가서 밀고 걷는데 눈이 물을 먹어서 너무 무거웠다.

눈을 치우다 멈추고, 다시 눈을 밀고하면서 몇 군데 눈을 모아 두었다.

어쩜 마을 사람들이 치워놓은 길로 살금살금 걸어만 갈 뿐 눈을 함께 치우자는 사람은 없다.


내가 앉은자리에서 보이는 넓은 창으로 눈이 쌓인 나무들이 보인다.

아이들은 산에 가자고 조르고, 나는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 공부해야 한다고 했더니 한 아이가

"선생님, 저 짜증 날 것 같아요."

"왜?"

"눈이 왔는데 산에 안 가서요."

" 그래, 올봄에 내린 눈이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가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뛰어간다.

밖으로 나가니 화단에 나무에 고드름처럼 작은 고드름이 나뭇잎에 달라붙어있었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올라간 산은 아름답다고 하기보다는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바람과 돌풍이 같이 불어서 눈이 흩날리기 시 잘했다.

봄의 벚꽃이 날리듯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눈이 머리에 묻으면 감기 걸리니까 빨리 들어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눈이 바람에 떨어지는 눈꽃터널을 뛰어놀면 더 좋으련만

나는 정월달에 오는 눈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친정어머니 영결식날 차를 타고 장지로 가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 있었다.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슬픔이 내게는 너무 컸었다. 차창 너머로 멍하니 눈을 바라보며 눈물짓던 그날이 떠오르는 것이 나는 싫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날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어서 아이들과 즐겁게 뛰어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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