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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Feb 28. 2024

일급수

"선생님, 안녕하세요?"

"누구시죠?"

가로등이 있어도 밤길이어서 쉽게 알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일러스터로 활동하는 분이다.

얼마 전 일러스터의 페이스북에서 마을문고 회원들과 사진 찍어 올린 것을 본 기억이 나서 

"요즘 동사무소 마을문고 봉사 해요.?"

하고 물어봤다.

"선생님, 어떻게 아셨어요? "

"페이스북에 사진 올려서 알았죠. 그런데 마을문고 운영진들이 많이 바뀌었네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나도 예전에 마을문고에서 봉사했는데 나는 일급수라 안 맞아요."

"무슨 뜻이에요?"

 "마을문고 책담당하는 언니가 있었는데, "내일 책 사러 가자." 해서 다음날 책 언제 사러 가느냐고 물어봤더니 "책 어제 사 왔어." 하는데 사온책이 없어요. 그런 사람들하고 봉사 못하죠."

그렇게 말을 했더니, 옆에 같이 가던 김작가가 

"선생님 일급수는 친구 없다는데요."

"그래서 내 주변에 친구가 별로 없어. 처음에는 간이라도 빼줄 듯 쫓아다니다 내가 일급수라는 것을  알게 되면 떨어져 나가지 떨어져 나간 사람은 삼급수야."

했더니 일러스트가

"김작가 잘 지켜봐야겠네 일급수인지 삼급수 인지."

하하하 호호호.

이렇게 웃고 우리가 도착해서 볼일을 끝내고 오면서 김작가가 일러스터를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봤다.

일러스터는 내가 가르치던 아이의 어머니께서 전통찻집을 운영했는데 내가 그곳에 자주 놀러 가서 소개받아 알게 되었다. 성격이 밝고 함께 운동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야기가 잘 맞아서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김작가는 동화작가로 책을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옥스테이를 하는 사람이다. 나와 이야기를 하다가 사업보다는 글을 쓰는 것이 본인한테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나와 가까워졌고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구글에드센드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해서 알고 있다.

그런데 오늘도 슈퍼에 갔다 김작가와 우연히 만나서 함께 집에 오는 길에 브런치며 블로그 이야기를 하다가 일러스터를 만난 것이었다. 

김작가가 헤어질 때쯤 요즘 어떤 글을 쓸까 글 써놓은 것을 선별하고 있다고 해서 

"일러스터가 저도 같이 블로그 해요. 하고 따라다니더니 바쁘다고 하는데 본인의 일이 바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느라 못하는 거예요. 하고 싶은 것부터 바로바로 하지 않고 주춤거리면 일러스터 처럼 될 걸요."

했더니 감작가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집에 오는 길에 일급수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다. 일급수는 '가장 맑고 깨끗한 물로 바로 식수가 가능하다.'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친구를 자청하고 찾아온다. 그런데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대하려 한다. 나는 부모님의 가르침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으로 서 부모님께 해가 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그것이 굳어진 것 같다. 그렇다고 나에게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친구도 여러 명 있다.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쓸 기회가 있겠지만 내가 일급수라는 말을 책임질 수 있게 언행을 바르게 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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