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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05. 2024

은행에서 있었던 일

“할아버지, 할머니 성함 좀 써주세요. “

“나는 할머니 이름하고 전화 번화밖에 몰라."

“할아버지, 여기에 할머니 성함을 써달라고요”

"글쎄, 난 전화번호와 이름밖에 몰라. 주소를 알지 못해. “

이렇게 은행원과 할아버지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다른 여직원이 창구밖으로 나와 할아버지 옆에서

“할아버지, 여기에 할머니 성함을 적어주세요.”

"아. 글쎄 난 전화번호와 이름밖에 몰라요."

할아버지는 청각뿐 아니라 인지능력도 잃으신 것 같아 보였다.


은행 직원들뿐 아니라 고객들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요즘 은행에서는 듣는 것 외에도 은행 시스템이 많이 바뀌면서 어르신들이 어려워하신다고 한다.

나도 스마트 폰으로 하는 은행업무가 많이 어려운데 나보다 더 위의 세대분들은 더 어려우실 것이다.

그런데 노화되면서 청각과 시력뿐 아니라 인지능력이 낮아지는 경우에는 더 힘든 것 같다.

불현듯 나이 들어가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다.

늙어가는 것도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모두가 '나이아 가라'라고 왜 쳐도 나는 '내 나이가 어때서'가 늙어가는 나를 당당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마라톤연습을 할 때나 백두대간길을 걷고 있을 때 나는 20대의 어느 날로 돌아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즐거움으로 가득 차곤 한다.

그런데 마라톤클럽에서 띠별 자원봉사를 할 때 

"누님은 쉬세요."

하는 그 말이 서운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오늘 은행에서 본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젊은 마라토너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나이든 사람에 대한 배려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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