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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Apr 06. 2024

백두대간길에 만발한 진달래

지기재에서 화령까지

 제일 재미없는 사람들이 산길을 길만따라 부지런히 걷는 사람이다.

대간길을 걸으면서도 걷기에 바빠서 길만 보고 걷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누군가는 땅만 보고 걷든 나는 산에서 느껴지는 모든 기운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두대간 선두대장님의 뒤를 따라 걷다 옆을 보았더니 진달래 꽃이 활짝 펴서 우리를 반기고 있다.

"진달래 꽃이 활짝 폈어요."

"어, 정말 그러네."

"진달래꽃 먹어도 되는 거지."

"진달래 꽃으로 화전을 해 먹잖아."

"식용 꽃이어서 술도 담가먹고, 음식에 장식을 할 때도 사용해."

여기저기서 진달래 꽃에 대해 아는 이야기들을 하며 걷는다.

진달래 꽃도 활짝 피 있고, 나뭇잎들이 이제 막 새순을 피어내기 시작해서 잠자는 아기가 눈을 뜨는 모습 같아 보였다. 오늘 16km를 걸으며 벚꽃이 활짝 핀 나무는 딱 한그루가 있었다. 앙상한 가지에 막 새순이 돋는 숲을 걷다 하얀 꽃들이 만발한 벚나무 한그루가 있어서 도시에서 보던 벚나무 하고 다른 기분으로 다가온다.

지난 산행 때 막 피어나던 생강나무의 노란 꽃은 흣노랗게 지고 있었고, 생강나무 잎눈이 길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온 산이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걷기도 하고, 길가에 원추리 싹이 올라온 것을 보며 산길에 봄나물이 많이 나면 따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며 선두를 놓치기 않기 위해 열심히 걸었다.

선두 뒤에서 동영상을 찍으며 따라가다가 군대가 행진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봉오리인 윤미지산정상석을 앞에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고 선두를 보내고 천천히 걸으며 봄이 성큼성큼 다가 오는 소리도 듣고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도 들으며 머지않아 수채화처럼 물들어갈 숲을 상상하며 내려왔다.

 날씨는 흐렸지만 바람이 순풍이고 기온이 높아서 반팔을 입고 걸어도 좋은 날이었다.

산이 그리 높지 않고 오르고 내리는 길이 험하지 않아서 스틱 없이도 걷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오늘구간은 백두대간길 중 가장 난위도가 낮은 길 같다.

왜냐하면 후미기준 6시간을 잡았는데 4시 안에 다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후미도 체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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