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는 것 없이 긴장을 풀고 있어서인지 올해는 스승의 날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어제 카톡이 왔다. 초등학생들이 집으로 오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4월 30일 마지막 수업날 울음을 꼭 참고 스승의 날 다시 만나러 오겠다는 아이들이 잊지 않고 찾아온 것이다.
2시쯤 오기로 약속을 해서 점심을 먹고 오겠구나 생각했는데 1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한 아이 중에는 점심을 먹은 아이도 있고 점심을 못 먹은 아이도 있었다. 데리고 나가서 떡볶이를 먹으려고 했는데 아이들 모이는 시간이 제각각이어서 얼른 쌀을 씻어서 안치고, 볶음밥 재료를 준비해서 볶음밥을 만들어서 다 같이 모였을 때 함께 먹으려 했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최고급 선물을 안고 들어왔다.
"너희들이 선생님한테는 선물인데 이렇게 좋은 선물까지 가지고 왔어. 고마워!"
하며 선물을 받고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줬다.
늦게 온 남학생이 조그만 가방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며
"저는 선생님께서 오래 보관하시라고 편지를 준비했어요."
한다.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준비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게임도 하고 편안하게 놀다 다음부터는 자주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오후 5시쯤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이 손으로 꾹꾹 눌러 정성 들여 써온 손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선생님깨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ㅇㅇ이예요.
선생님 간직하시라고 편지를 썼어요.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공부도 잘 되고
공부가 쉬워졌던 것 같아요.
영어선생님도 영어 선생님 덕분에 잘 몰랐던 영어도 쉽게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원에서 팔달산도 가고, 치킨도 먹고, 학원이 처음이었는데 되게 친근하게 다가왔던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비록 짧은 날이었지만 재밌고 설명도 쉽게 해 주시고 좋았어요.
1년 동안 마음 편히 쉬시고 내년에 다시 만나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2024. 5.15 ㅇㅇ 올림
아이들의 편지를 읽고 카톡으로 답을 해주고 다시 한번 더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을 다짐한다.
편지를 못써와서 미안해하는 아이도 있지만 카톡으로 예쁘게 편지 써서 보내는 제자들이 모두 함께 응원해 줘서 나는 행복하다.
오늘 찾아온 아이들도 고맙지만 사정이 있어서 못 찾아온 제자들, 마음속으로 생각해 주는 제자들 모두 내게는 보석같이 소중한 제자들이다.
제자들 모두 건강하고 즐겁게 멋진 미래의 주인공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어서 행복했다. 스승의 날은 제자들이 선생님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선생님 또한 제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나도 나의 은사님 들게 짧은 인사글을 올리고 오늘 스승의 날이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