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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을 보면 떠오르는 기억

by 해윤이

아름다운 설경을 보면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이 생각난다.

엄마가 숨을 거두신날 눈이 엄청 많이 내렸다.

장례식이 끝나고 장지로 떠나는 날의 아름다운 설경은 잊을 수가 없다.

장례식장에서의 기간은 엄동설한이었다.

엄마와 함께 장지로 떠나는 날은 햇살이 따사로울 만큼 포근한 날씨였다.

눈내린 숲길

눈내린 산에 설경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나는 엄마의 장례식장을 생각했다.

찾아온 손님들과 많은 대화를 못했다는 생각,

그때 문득 동갑내기인 친구가 눈에 보였다.

엄마를 위해 찾아와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 내가 아주머니 젖을 먹고 자랐는데 안 오면 안 되지."

나도 우리 엄마한테 그 친구의 어머니가 바로 임신을 해서 젖이 안 나와 엄마젖을 먹고 자랐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많이 들었다. 그 친구는 키도 크고 몸이 튼실해 보였다. 우리 마을은 종씨들이 이룬 마을 이어서 친척처럼 살아왔었다. 그런데 나는 젖을 잘 먹지 않았고 어린 시절은 약해서 죽지 않을까 적정했다는 엄마가 생각이 나서 그 친구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우린 오랜만에 서로 안부를 묻고 눈이 오면

"엄마에 대한 생각이 나는데 너의 오빠의 안부가 궁금했어. 왜냐하면 나와 엄마젖을 나눠먹고 자란 친구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 이렇게 말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어린 시절 몸이 안 좋았지만 지금은 백두대간을 할 정도로 몸이 튼튼한 것이 엄마의 젖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했다. 친구에게 나눠줄 정도로 젖이 잘 나왔던 엄마를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눈내린 숲

설경이 아름다운 날 엄마에 대한 생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고시절부터 시를 좋아했고,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다시 공부하게 된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를 떠올린다. 시골마을에서 자란 나의 상념의 순간이 그 시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추억도 기억속에 많이 떠오른다

눈내리는 모습을 기억속에만 가줘두기 아쉬워 동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저장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

오늘도 나의 창가에 드리워진 숲에 설경을 수놓는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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