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9.~20.
나의 호주 첫 숙소는 Sydney Railway Square YHA, 4인 도미토리. 도미토리 치고 숙박비가 싼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 일할 곳이나 거처가 잡힌 게 아니다 보니 입국하고 나서 잠시동안 묵을 생각으로 잡은 곳이다. 중심지에 있으면 어디든 가기 편할 것 같았고, 언젠가 한인숙소로 가더라도 처음에는 외국인과 부딪혀 보고픈 마음에 정하게 됐다. 그런 부푼 기대감을 가진 곳에서 백발의 백인 어르신이 나머지 룸메이트 둘이 도둑들(thieves) 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을 하고 계신 게 아닌가?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그 소식을 듣고 나니 어안이 벙벙 해졌다. 할아버지께 그 이유를 듣자 하니, 프런트 데스크에서 귀띔을 받았는데, 209호 이 방에서 유일하게 안 털린 친구는 그 둘 뿐이니 신경 써야 할 거라고 귀띔을 받으셨다고 한다. 아니 나도 체크인했는데, 프런트 데스크에서 나한테는 아무 말 없던데 라는 반응을 보였더니, 그건 아마도 '자신이 이야기해 줄 것을 예상하고' 그러지 않았겠느냐는 말씀과 함께 아직까지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보여서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 주셨다. 하기사 프런트 데스크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 "Pardon?" "Could you repeat that?" '(실없이 웃으며) Sorry"만 하고 있었으니..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은 게 당연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보안 사항을 이야기 안 해준 프런트 데스크가 얄밉긴 했다. 그나저나 자물쇠는 부러졌고, 어떡하나 생각하다가 임시방편으로 귀중품은 비밀번호로 잠글 수 있는 캐리어로 옮기고, 홈쳐가도 상관없을 물건만 안 잠기는 가방에 두기로 했다. 가져갈 테면 가져가라지, 우리나라 참치캔 맛 좀 보던가?
백발의 백인 할아버지는 본인 이름은 James, 정신과 의사라는 소개를 하셨다. 본격 쌘프뤤쒸스코 출신인 그는 비행시간으로 16시간이 걸렸다며 Jet lag을 호소하시기 시작했다. 방금 처음 본 사이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사실 할아버지의 말씀 중 절반 이상은 도통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모르겠다고 해도 계속 말씀해 주시는 그 열정이 부담스럽기는 해도 다른 한편으로는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막 나서서 사람을 만나고 그러지는 못하는 내 성격에, 이렇게 수다스러운(?) 분을 그것도 같은 방에 배정받은 게 오히려 이득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생각이 스쳐 사라지기 무섭게 James 할아버지는 말을 이어가셨다. 나 또한 연신 같은 말을 외고 있었다.
"Pardon?"
"Could you repeat t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