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6.
미루고 미루던 환전을 하기로 마음먹고 은행을 들렀다. 처음에 외x은행을 들러서 일을 보려 했는데, 한 번뿐인 환전인데 싶은 생각에 비교도 해볼 겸 우x은행도 한번 들러보려 했다. 그렇게 들른 은행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담당자분도 워홀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그러더니 이런 이야기를 꺼내셨다.
"음.. 돌아보고 계신다고 하셨지만, 제 생각에 다른 은행 가실 필요 없이 여기서 거래하시면 될 거 같아요. 환율은 매 시간 바뀌기도 하고, 어딜 가든 은행도 수수료를 남겨야 하거든요.
음.. 옛날 생각나서요. 이 건은 고객님이 하신다고 하시면 그냥 노마진 처리로 도와드릴게요. :) "
내 쪼끄만한 눈이 보름달처럼 동그랗게 커졌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봐도 '현금 살 때/팔 때' 가격이 아니고, 그냥 네이버 고시 환율급이었다. 뜻밖의 선의(?)에 놀랐고, 그 뒤에 주섬주섬 꺼내주신 '수첩형 스케쥴러'와 '2017 새해 탁상달력' 그리고 치약까지..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너무 감사했다. 담당자분은 일처리를 해주시며 한마디 더하셨다.
"부디 아껴 쓰세요~!"
초기 정착비 호주 달러, 이 돈이 없어서 알바하고 아껴가며 모아둔 돈,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내겐 너무 큰돈, '아껴 쓰세요'라는 말에 나도 모를 비장함이 잠시 솟아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선의에 나도 이렇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환전까지 마쳤으니 이제는 진짜 출국만 남았다. 짐 정리를 하다가 아까 받은 스케쥴러가 보여 이리저리 펼쳐봤다. 앞으로 호주에서 1년을 다 버틴다면 다음 해 12월이겠거니 하는 생각에 주섬주섬 맨 뒷장을 펼쳐보니 한 곳에 두 눈이 멈춰 섰다.
1년은 52주. 직장 다닐 때는 그렇게도 안 가던 한 주가, 일 년이래 봤자 고작 52번밖에 안되었다니.. 지나간 올 해는 셀 것도 없지만, 앞으로 호주에서의 52주를 생각하니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마음이 교차했다. 나는 스케쥴러를 꽉 채우고 돌아올 수 있을까? 긴가민가, 알 길이 없이 헛웃음만 나왔다. 수첩을 닫고서 다시 짐을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