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먼저 이 이야기가 떠올랐는데요. 제가 한국사 공부를 하다가 보게 된 선덕여왕과 화접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선덕여왕 때 당태종이 화접도라고 해서 모란꽃이 그려진 그림을 딱 선물했는데, 선덕여왕은 혜안을 가지신 분이라고들 하는데 그림을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죠.
“이 꽃은 향기가 없을 것이다.”
그것을 듣고 신하들이 '아니 어떤 연유로 그러십니까?' 하고 묻게 된 거죠. 그랬더니,
“꽃은 아름다우나, 벌과 나비가 날지 않으니, 분명히 향기가 없을 것이야.”
역사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이야기인데요. 야사에 의하면 그 씨앗을 심었더니, 그 꽃에서는 정말 향기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이상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모란꽃에는 진짜 향기가 없을까?’
궁금증은 바로 해결해야 하다 보니 저는 박사님을 찾았습니다. 주변에 박사님 많이 계시잖아요?! ‘네’박사, ‘구’박사.. 등등.. ㅎㅎ 네이버,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블로그나 포스팅에 많은 내용이 보이지만 약간 신빙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떤 분은 있다고 하고, 어떤 분은 없다고 하고, 같은 질문에 답을 한 글은 보이지 않고, 누가 전문가이니 모르니 확신하기도 그렇고, 보면 볼수록 더 혼란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진짜 전문가에게 물어봐야겠다.’하고, 조향사(향수를 만드는 직업)를 꿈꾸고 계시고, 실제로 생명공학 공부하고 있는 지인에게 급하게 톡을 드렸습니다. 얼마나 궁금했으면 실례인 줄 알면서도 무려 밤 11시 30분에 연락을 드렸었네요.
‘누나 혹시 세상에 향기 없는 꽃이 있나요?’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나요?’
지인분은 정말 충격적인 세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첫 번째, “홍릉수목원에 가봐라, 모란꽃이 있는데, 향이 정말 은은하고 좋다.”
두 번째, “그런데, 여자 친구와 가라.”
바로 숙연해졌습니다. ㅎㅎ
그러고 나서 한 가지 더,
“내일 원예전공 선생님께 여쭤보고 답 해줄게”
마치 사이다 같은 답장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 글의 결론과도 같은 고대하던 답장이 왔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가 다소 난해할 수도 있는데요. 세상에는 우리가 맡을 수 있는 향이 있고, 맡을 수 없는 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간단한 비유로는 우리에게 혈액이나 호르몬이 있는 것처럼 식물에도 그에 해당하는 파이토 케미컬 컴파운드라는 게 있다고 하는데, 이 성분은 모든 살아있는 식물에 있고, 단지 우리가 그 향을 맡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고로 ‘향기가 없는 꽃은 없다.’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꽃은 향기가 있다.’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살다 보면 나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작고 큰 상처에 다치기도 합니다. 나라는 존재를 알아주기는커녕 부정당하는 순간이면 그 충격은 배가 되기도 하죠. 취업 준비를 하다가 떨어졌을 때, 고백을 했는데 까였을 때, 하물며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과 바깥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심히 달라 보일 때 등등.. 방금 전까지 괜찮던 내가 괜찮지 않게 됐을 때 오는 상실감은 정말.. 마치 집채만 한 파도가 금방이라도 저를 삼킬 것 같은 공포감마저 드는데요. 그럴 때는 밑으로 밑으로 꺼지다가 씽크홀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푹 꺼지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에 '모든 꽃에는 향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향기란 게 자존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내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남이 느끼지 못하더라도, 분명히 우리에게도 꽃의 향기처럼 분명 향이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알아채고 누군가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을 저 꽃의 매력처럼, 우리도 분명 저마다의 매력들을 풍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합리화? 맞습니다. 남이 안 해주면 나라도 해줘야죠!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죠. 그리고 해야 할 다음 단계.
누군가 내 향기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향기가 더 깊어지도록 더 품어보면 어떨까요? 향기는 품으면 품을수록 더 깊어지고, 좀 더 멀리 퍼져나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물론 혼자서 외골수로 살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 괜찮게 여기지 않으면 다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믿을 만한 껀덕지, 행동이 따라야 가능하겠죠. 하지만 잊지 마세요. 우리 모두에겐 저마다의 향기가 있을 테고, 그 향기를 믿고 나를 나로서 만들어가는 연습을 쌓아가다 보면 분명 더 깊은 향과 함께 좀 더 단단해져 있을테니깐요.
수많은 거절과 역경의 순간이 찾아오겠지만 넘어져도 분명 일어날 거 에요. 당장은 아프고 쓰리겠지만 상처는 낫고, 분명 새살은 돋아 날 겁니다. 그때까지 스스로 향기를 잃지 마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나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