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시작이라는 두려움

by 영이

2016.12.19.


서울 방학동 친구의 자취방.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려니 시간이 빠듯해서 친구에게 신세 지기로 했다. 많이는 못 마시고 맥주나 한 잔 기울였는데 영 잠이 오질 않는다. 불안하다. 떨린다. 이제 눈만 감았다 뜨면 출국이니 얼른 자야 하는데, 여기까지 와놓고서도 이걸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나를 붙잡았다.


답답함, 가시지 않는 불안함 때문인지 하루종일 가슴 한 구석이 콕하고 막혀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괜히 간다고 그랬나?'

'그냥 돈 쓰고 어학연수나 다녀올 걸 그랬나?'

'아니 내가 무슨 워홀을..'


수많은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가 있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불안 앞에 흔들리고 또 흔들리다가 어지러울 지경이 돼버렸다. 뭘 할지 모르겠어서 써둔 '호주 나만의 버킷리스트 in AUS'는 다시 보니 잔뜩 멋만 부린 것 같아서 후에 흑역사로 남게 될까 먼저 민망함이 찾아왔다.


잠이 오질 않는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눈이 스르륵 감긴다. 하품이 난다. 내일은 새벽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생각을 하다가 두 눈이 꿈뻑꿈뻑 감았다 떴다를 반복한다.


할 수만 있다면 내 감정 앞에 '안'자를 영어로는 'Not'을 붙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안 두렵다'

'안 불안하다'

'안 떨린다!'


하지만 <프레임>이란 책에서 본 것처럼, 핑크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고 하면 핑크 코끼리가 떠오르는 것처럼 그 생각을 바꾸려면 아주 다른 생각을 떠올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신난다!'

'기대된다!'

'두근거린다!'


시작은 항상 어렵다. 비행기도 이륙할 때 대부분의 연료를 쓴다고 하지 않던가? 당연히 어려운 것이니 주춤대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말자. 시작이 반이다. 다른 사람도 해왔고, 그러니 나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대뇌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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