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보험사에서 카톡이 왔다. 보통은 보험금을 청구하면 처리결과가 카톡으로 온다. 이번엔 보험금 청구도 안 했기에 그저 광고인 줄 알았다.
***고객님, 고객님께서 가입하신 4세대 실손이 2024년 9월에 갱신될 예정입니다.
자세히 읽어보니 아기 보험료가 할증된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어 뒤늦게 보험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쉽게 설명해 주는 내용을 봐도 보험은 참 어려웠다. 그래도 오전 내내 공부를 했더니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보험금을 많이 타면 보험료가 올라가고, 보험금을 안 타면 할인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4세대 실손보험부터 비급여 보험금 수령액에 따라 비급여담보 보험료가 매년 할증이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동안 수령한 보험금을 대충 계산해봐도200% 할증에 해당되었다. 그동안 아기 보험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고 위안을 얻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보니 아기 귀에 혹이 생겨있었고 그때부터 큰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생후 3주, 출생신고도 하기 전이라 아기는 엄마이름 ooo아기로 접수하고 진료를 봤었다.
혹은 혈관종 때문이었고 처음엔 입원치료, 그 이후로 매일 약물치료를 하면서 많이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 약값이 문제였다. 혈관종 약은 비급여였고 한 병에 30만 원 정도 하는 값비싼 약이었다. 매일 먹어야 하고 몸무게가 늘수록 용량을 늘려야 해서 최근엔 한 달에 2병 넘게 먹어야 한다.
보험금 청구를 하면 한 번에 최대 20만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처방일자에 따라 최대 20만 원이기 때문에 4병을 처방받아 약값이 120만 원이 들어도 보험금은 20만 원만 받을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매주 병원에 가서 1병씩 처방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지만, 지방에 살기 때문에 대학병원이 멀기도 하고 또 최근에는 병원 예약을 잡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부담 금액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보험료가 할증된다는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자부담 금액이 워낙 많기 때문에 보험료 할증이 되더라도 보험금 청구를 할 수밖에 없다.
임신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태아보험 가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이 말이 그저 보험광고라고 생각했다. 나만 해도 보험료를 매달 내기만 하고 청구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험은 그냥 매달 돈만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보니 아기들은 정말 언제 어떻게 아플지 알 수 없다. 아기를 낳고 3주 만에 대학병원에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병원에 갈 때마다 아픈 아기들이 참 많아서 마음이 아프다.
이제 보니 보험료가 아깝다는 말은 다르게 보면 참 좋은 일이었다. 병원에 갈 일도 없고 보험금을 청구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이제 보험료도 할증된다고 하니 '보험료도 많이 내는데 보험금 받을 일 없어서 돈 아깝다!!!!'라고 말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