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화면에 시간제한이 떴다
아기 키우면서 의외로 부족한 것
아기를 키우다 보면 별게 다 부족해진다.
맞벌이를 하다 한 사람이 육아휴직을 하고 외벌이로 살다 보니 대출금이며 생활비에 육아용품까지. 들어오는 돈은 반토막인데 나가는 돈은 점점 더 늘어나니 돈은 항상 부족하다.
하루종일 육아를 하다 보면 시간에도 쫓긴다. 아기 삼시세끼 밥 먹이고, 설거지하고, 온 집안에 흩어져있는 장난감 치우고, 기저귀 갈고, 씻기고, 재우고 나면 특별히 뭘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아기가 쑥쑥 자라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자아가 생겨서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줄 아는 건 없으니 화는 많아지고, 쫓아다니며 어르고 달래다 보면 체력이 탈탈 털리다 못해 내일의 체력까지 끌어다 쓴 느낌이다.
돈, 시간, 체력 모든 게 다 부족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육아하면서 의외로 항상 부족한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휴대폰 저장공간이다.
아기가 태어난 날부터 휴대폰은 더 바빠졌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의 모습을 놓칠세라 휴대폰 카메라로 담기 바빴다. 사진도 수십 장씩 찍고,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동영상도 남겨 놓다 보니 어느새 휴대폰 저장공간이 가득 차버렸다.
어느 날 예쁜 새 옷을 입은 아기의 모습을 혼자만 볼 수 없으니 아빠한테도 보내주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에게도 보여주려고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카메라 화면 위에 못 보던 시간이 빨갛게 표시되었다. 58분에서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 검색을 해봤더니 휴대폰 저장공간이 부족해서 동영상 촬영 제한 시간이 뜬 것이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아기 사진이며 동영상으로 꽉 차서 저장공간이 부족 해진 것이었다. 쓸데없이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몇 장 지웠지만 아기 사진은 그대로 두었더니 용량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였다. 아기 사진은 똑같은 배경이라도 그 순간의 표정, 포즈가 다르면 엄마 눈에는 다 다른 사진이기 때문에 지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용량이 항상 부족하다.
결국은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을 컴퓨터 하드에 옮겨 놓지만 얼마 뒤면 또 용량이 꽉 차버린다. 아직 멀쩡한 휴대폰이지만 용량이 큰 신형 휴대폰으로 갈아탈까 고민도 했다.
이제는 화면에 시간제한이 뜨면 올게 왔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사진을 옮겨야 하는 숙제를 받은 마음 반, 그동안 아기가 쑥쑥 크는 순간들을 많이 담았다는 뿌듯한 마음 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