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삼 Mar 26. 2024

폰 화면에 시간제한이 떴다

아기 키우면서 의외로 부족한 것

아기를 키우다 보면 별게 다 부족해진다.


맞벌이를 하다 한 사람이 육아휴직을 하고 외벌이로 살다 보니 대출금이며 생활비에 육아용품까지. 들어오는 돈은 반토막인데 나가는 돈은 점점 더 늘어나니 돈은 항상 부족하다.


하루종일 육아를 하다 보면 시간에도 쫓긴다. 아기 삼시세끼 밥 먹이고, 설거지하고, 온 집안에 흩어져있는 장난감 치우고, 기저귀 갈고, 씻기고, 재우고 나면 특별히 뭘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아기가 쑥쑥 자라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자아가 생겨서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줄 아는 건 없으니 화는 많아지고, 쫓아다니며 어르고 달래다 보면 체력이 탈탈 털리다 못해 내일의 체력까지 끌어다 쓴 느낌이다.


돈, 시간, 체력 모든 게 다 부족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육아하면서 의외로 항상 부족한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휴대폰 저장공간이다.


아기가 태어난 날부터 휴대폰은 더 바빠졌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의 모습을 놓칠세라 휴대폰 카메라로 담기 바빴다. 사진도 수십 장씩 찍고,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동영상도 남겨 놓다 보니 어느새 휴대폰 저장공간이 가득 차버렸다.


어느 날 예쁜 새 옷을 입은 아기의 모습을 혼자만 볼 수 없으니 아빠한테도 보내주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에게도 보여주려고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카메라 화면 위에 못 보던 시간이 빨갛게 표시되었다. 58분에서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 검색을 해봤더니 휴대폰 저장공간이 부족해서 동영상 촬영 제한 시간이 뜬 것이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아기 사진이며 동영상으로 꽉 차서 저장공간이 부족 해진 것이었다. 쓸데없이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몇 장 지웠지만 아기 사진은 그대로 두었더니 용량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였다. 아기 사진은 똑같은 배경이라도 그 순간의 표정, 포즈가 다르면 엄마 눈에는 다 다른 사진이기 때문에 지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용량이 항상 부족하다.


결국은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을 컴퓨터 하드에 옮겨 놓지만 얼마 뒤면 또 용량이 꽉 차버린다. 아직 멀쩡한 휴대폰이지만 용량이 큰 신형 휴대폰으로 갈아탈까 고민도 했다.


이제는 화면에 시간제한이 뜨면 올게 왔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사진을 옮겨야 하는 숙제를 받은 마음 반, 그동안 아기가 쑥쑥 크는 순간들을 많이 담았다는 뿌듯한 마음 반이 든다.


이전 15화 아기 보험료가 할증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