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괜히 예민해진 나 자신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만큼 견뎌온 나에게 너무 가혹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스친다.
감정은 이유를 대지 않는데 그저 갱년기라고 넘겨버리기엔 감정이 너무 크고 나는 자꾸 이 예민함의 이유를 찾느라 지친다.
사실 슬픔이란 건 꼭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만 찾아오는 감정은 아닌데 나는 여전히 슬픔 앞에서 '자격' 같은 걸 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로 힘들어해도 되는지,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꺼내도 되는지 말이다.
그래서 이 감정은 더 애매해진다. 소리 내어 엉엉 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척 넘길 수도 없는 상태.
가슴과 목 중간 어디쯤 어딘가에 슬픔과 눈물이 걸려 있는 채 나를 따라 하루 종일 이동하는 이 느낌은 마치 ‘아직 말하지 못한 이야기’처럼 남아 있다.
어쩌면 나는 지금 다시 슬퍼진 게 아니라, 그동안 조심스럽게 접어 두었던 슬픔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들여다볼 여유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어제 오전, 회사에서 신년회 겸 동료들과 단체로 영화를 한 편 보게 되었다.
[신의 악단]이라는 영화였는데, 한 북한 탈주민이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돈줄이 막힌 북한, 2억 달러 국제 지원을 받기 위해 위장으로 찬양대를 결성을 하고 찬양 연습 중에 진짜로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함께 영화를 본 동료들은 전부 별로라고 하는데 나는 찬양을 들으며 눈물이 또르르 흘렀고 오랜만에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영화에서 들었던 [광야를 지나며]가 입에서 맴돌았고 하루 종일 반복 듣기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3년 전쯤 오래 붙들고 있던 신앙을 내려놓고 그렇게 뜨거웠던 내 마음이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것처럼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었는데 영화를 보고 다시 찬양하고 싶고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나는 진짜 내 인생의 멘토가 되어줄 신이 필요한가 보다. 이런 나약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무엇을 붙잡고 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이 시점에 슬픔이 뒤늦게 나를 따라온 것처럼.
오늘도 이 감정의 이름을 정확히 알아채지 못했지만, 오늘은 적어도 모른 척하지는 않았다.
그걸로도 충분한 하루였다고 지금의 나는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리치그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