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하다?
예민하지 않은데 주변에선 까탈스럽다고 미리 선입견을 가졌다.
준 적 없지만 알아서 잘만 가진다.
내가 화내는 것은 그래서일 거라고.
단순하면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생각이 많으면 일을 그르친다고.
다재다능한데 끈기가 없다고.
지구력이라고는 개뿔도 없는데 너무하네.
달리기를 꼴찌 하는 데엔 흉부의 고통도 있었지만 시멘트처럼 굳어지는 다리가 더 이상은 달리면 죽어버리고 말 거라고 신호를 보냈다.
몸이 주는 신호에 섬세하게 관찰했다.
치과에 갔더니 '굉장히 정확하십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라섹수술 후 의료진 역시 칭찬에 가까운 말을 아끼지 않았다.
집중력이 굉장해 수술하기 너무 수월했다고,
초점하나 흐리지 않아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어
약간은 좋았다고.
('아가씨'의 대사를 오마주 해봤다)
예민하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민감한 기분이 날을 세울 때, 상대방을 살피고 캐치할 때에는 이만한 장점도 없다.
공감은 하지만 전반적인 감정흐름을 통감하기에는 살짝 부족하..
어쨌든 문제해결 능력에는 일가견이 있다.
예민한 성격과 몸은 내 병을 알아차리는 데에 한몫했고, 특유 성가실 만큼의 '촉'이 모든 생각과 행동, 삶의 바운더리를 결정했다.
무딘 성격이 부럽기도 했다.
조금은 죽고 사는 문제에 덜 엉키고 싶어 무던히도 그러했었다.
주변인 중 한 명은 '정신병자'라는 말을 자주 썼다.
N연차 우울증 약 복용자는 그날의 정신상태에 따라 그 말이 몹시 거슬리거나 못마땅하거나 싫다.
어찌 됐건 다 싫다! 는 뜻이다.
상대는 그 말이 우울증 환자를 비하하는 태도의 말이 아님을, 본인도 나도 알고 있지만, 조증이 아닌 울증의 당사자는 찔리니까 피도 나고 아프다.
알 리 없는 그들에게 설명하기 싫다.
한 발짝 물러서면 모든 것에 의의를 둘 필요가 없다는 걸 안다.
상황도, 사람도, 맥락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요구나 요청, 부탁 등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잘못되면 모든 죄책감을 떠안아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런 건 고장도 안 난다.
'촉'은 이대로 살지 말라고, 약간의 감지능력의 정확도 수정을 요한다.
자신에게 요구하는 바는 잘 수렴하는 편. 일지도?
달리기를 못하면 걸으면 될 일-
골인 못하는 꼴찌는 없다.
주변인아, 넌 내가 걱정돼? 난 네가 걱정돼.
너 유별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