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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금명이는 좋았겠다

by vakejun


한 드라마의 매 회차를 꺽 누르며 보았다.

엄마가 있어 다행이었고 몰랐던 아빠의 과거를 불러오고, 나인 듯 아닌 듯 환각을 일으키고 한차례 과호흡을 일으킬 정도로 울컥였다.


병판정 얼마 후,

외래 정기검진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

버스정거장의 전광판.

잘생긴 남자의 광고에 시선이 꽂혔다.


좋겠다. 젊고, 건강하고, 잘생기고.. 다 부럽다


싱그럽기까지 하다.

어찌나 맑게도 웃는지..

언제였더라? 저렇게 웃어본지가?


웃는 게 이젠 어색하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고 살았다. 부럽고 아쉬웠다. 매사에 감사하던 그 청년은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을 하나 싶더니 급기야 나의 아빠로 분했다.


그렇게 밝은 청년과 애순이가 결혼하여 금명이를 낳았다. 엄마와 아빠에게 마음에 없는 짜증을 부리는 철없는 계집애가 '어휴' 싶다가도 나 역시 그러하지 않았나 하고 그때로 가본다. 있다.

나도 못된 년이었다.

좀만 잘하지. 좀만 참고 이쁘게 말하지. 그래도 혼자 나와 살며 어찌 된 일인지 철이라는 게 들어버린 걸까. 영원할 줄 알았지만 '언젠가는'이라는 만약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나의 강박이 만들어낸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금명이가 부리는 짜증도 부러웠고 마침내 성이 났던 아빠의 외마디 "양금명!"조차도 부러웠다. 언제나 빠꾸 하면 맞아 줄, 여자라고는 애순과 금명이밖에 모르던, 양관식이 있어 모든 게 부러웠다.


부럽게 보고 울면서 보고 하염없이 되돌아가보며 생각했다. 지난번 꿈에서의 내 자해가 어처구니없었는지 글로 써버리고 뱉어내어선지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는 아빠에 대해 이제는 가버린 걸까 다신 오지 않을 작정인가 하고..


엄마 없는 사람은 서러워 못 보지 싶었다.


메니에르 재발을 항상 염려하던 엄마는 세상에서 최고로 사랑한다 전해주었다. 아프지만 말라고 하는 엄마가 있어서 좋다. 한없이 폭싹 속았던 엄마였기에 있는 힘껏 나아보련다.




좋은 드라마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울 수밖에 없어서 맘 편히 울었습니다.

아빠의 마지막을 볼 수 있었던 금명이가 부러웠지만 대신에라도 다행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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