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자꾸 일어난다.
생각지도 못한 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우악스러운 일.
드라마의 시리즈처럼 무슨 일이든 벌어지고 마는,
그 사이에도 난 끼니를 챙기고 커피도 마셨다.
얼마만의 장염인가, 열에 치여 잠을 잤다.
스트레스가 몸을 정직하게 치고 들어온다.
오지 말라니까 기어코 오고야 만다.
사소한 일에 욱한다.
그런 묶음이 빵! 하고 터지면 몸이 먼저 무너진다.
좋아하는 커피도 못 마시고 엄마표 닭죽이 아니라 맛없는 죽을 사 먹는다.
특전복으로 시켰는데 전복은 고무처럼 질기기만 하다.
전복도 제철이 있나?
내게 일어나는 일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인가?
다 때가 있다는데 이때가 지나면 난 좀 신선해지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자 숨이 잘 안 쉬어지기 시작했다.
과호흡과는 조금 질이 다르다.
정기검진이 기다려지긴 처음이다.
정신과에 가 몸의 반응을 일러바쳤다.
또 다른 약이 처방됐다.
항상 어떤 '기점'을 기다린다.
이 날만 가면, 이 달만 가면, 이 상황만 끝나면.
그렇게 버티는 것에 익숙해지면 다가 올 저 '날'에
나는 약간은 평온해져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정도 기대치도 없다면 버틸 자신이 없다.
지나간 오늘을, 다가올 그 어떤 날을 위해 버티고 나면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좀 더 달콤하게 즐길 수 있다.
그날의 나는 좀 더 맛있는 끼니를 챙기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면서 조용히 파닥파닥 거리는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