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그립다고 그만 꺼내보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지금이 가장 젊고 아름답다고 머무를 수도 없듯이.
내일이 궁금하고 기대되는 날들도 있었다.
어떤 내일은 실망을, 어떤 내일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줬다.
그도 다 어제가 되고, 고이 기록된 그날을 꺼내보고 어루만져보니 결국 다 내 것.
모두 내 것이었다.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모든 게 다 내 것이었다.
좋아하던 노래는 이제 가사조차 희미하다.
위로가 되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끌어다 면목없는 내 정신에 바쳤다.
한음 한음 내 우울을 지르밟아주던 그 은율이 사무치게 좋더니, 시간 앞에 흐려졌다.
어느 때엔 또렷한 정신이 잘 주워 먹고
그나마 버티는 내게 상이라도 주련답시고
이렇게 주말을 기다릴 줄도 알고, 다닐 줄도 알고,
음미도 하고.
내일은 새로 찾은 바게트샌드위치 가게를 가야지.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 것 같던데?
먹는 게 귀찮아 알약하나 있다면 대체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 하찮은 일이 이제는 살이 되고, 왜 이렇게 먹을 것에 진심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저혈당일 땐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허옇게 질려버린 얼굴, 등줄기의 땀, 떨리는 손
난 뭐 영화에서나 그런 줄 알았지.
후달리는 손에 쥐어진 음료를 보자니 조금은 난처하다.
'먹고 싶지 않은데..' 한다.
사람 일이란 게 참 얄궂어.
싫어하는 일에 너무 진심이지 말자.
알약에 의존하고 싶던 내가 음식 앞에서 작아졌다.
그럼 아끼고 보살펴야지.
다 보내고 남은 것들은 전부 진귀한 내 보석 같은 것들이라.
시월에 혹은 그 어느 봄에,
오늘 디게 이뻤네-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