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비니의 계절이 왔다.
체감온도가 내려가자마자 집어 들었다.
역시나 눈이 부시다.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건 여전히 힘들다.
해의 정면만큼 어려운 것이 있을까..
나의 스무 해가, 서른 즈음이 그러했던가?
그렇게 바라보기 힘들어 비스듬히도 보고
지지 않을 눈싸움처럼 버텨보기도 했지만,
정작 눈을 잠시 감고 쉬어 볼 생각을 못했다.
미련하다.
조금 미련한 짓들을 많이 한 것 같다.
아파도 꾸역꾸역 나간 회사에선 실장님이 왜 자꾸 좀비처럼 나오냐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미련한 열정이었다.
어차피 다 나아도 내 몫이란 걸 알아서였다.
나 말고는 그 일을 쳐낼 사람이 없으므로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는 거.
다행스럽게도 정이라는 게 핏줄 말고는 생기지를 않아
떠나가는 사람에게 두는 미련은 없었다.
싸울 일도 없었고, 눈물 흘릴 일도 없었고, 인연은 또 생길 것이다.
뭐든 자연스러운 게 최고다-라는 주의라.
그땐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았다.
건강만큼은 자부했건만 이게 이렇게까지 뜻대로 안 될 줄 모르고 시건방을 떨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게 주어졌던 위안들은 당시엔 따갑고 못마땅한 소리였지만, 이제는 안다.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그렇게 사람마음은 어느 순간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어릴 때 홍수를 겪은 적이 있다.
그 어마한 물살이 온갖 것을 다 집어삼키고 지나간 자리에는 원래보다 더 고운 모래만 남았다.
눈앞에 놓인 고은 모래를 밟고 있자니
때로는 홍수도 폭풍도 지나가야 맞이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는 걸 알았다.
뼈아프도록 자연스럽게..
억지로 정면을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깜빡이고, 감고, 쉬어가다 보면 비니의 계절도 오듯이
모든 게 다 조용히, 당연하게 온다.
재촉하지 않아도 알아서 온다.
그래서 비니의 계절이 좋다.
자연스럽게 잘 어울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