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고 싶을 때가 있다?
왜 물음표인지 설명하자면,
그 말이 내게 이롭지 않아서도, 관심이 없어서도 아닌
세상의 소리와 단절되는 잠깐의 무음 공간이 펼쳐질 때가 있다.
그 시간이 낯설거나 이질적이지는 않다.
딱히 받아들일 필요도 없었고
그러려니 해버린, 갑자기 일어난 기적도 파국도 아닌
모른 척 '거기에 나를 남겨두고' 지켜만 봤다.
내 눈은 가끔 다른 곳을 본다고 말했다.
나도 모르는 곳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했다.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에 합류해 대답이라도 하려면
나는 나도 모르는 그 무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공간에서의 탈출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고
소리는 들리지 않고 뇌는 다른 이미지를 띄우거나 들리는 이미지를 지워갔다.
수년간 약을 먹고 나의 상태는 조금씩 바뀌었다고 했다.
나의 단절은 조금씩 경계를 갖추고 느슨해질 때쯤 찾아오는 도태를 막으려고 나섰다.
나중에 알았다.
내가, 남의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못 듣고 있었구나.
대답 없이 듣는 사람 역할이었음에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여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