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 못하는 끈이 있다.
어디선가 봤는데 사람의 인연에는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이 연결되어 서로 묶여 있다고 했다.
그 인연의 끈이자 실을, 나는 놓지 못한다.
아빠는 없다.
아직 나는 그 끈인지 실인지를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이미 놓쳐버린, 혹은 아빠가 놓고 가버린 것에
나 혼자만 이리 메여 있나?
언제더라.. 뭔가에 홀린 듯
아빠에 대한 실체가 분명하지 않아 혼란이 왔다.
남은 이성은 엄마도 언니도 오빠에게도
물어보면 안 된다고 했다.
다들 이상한 소리만 할 것 같기도..
궁금했다.
한참을..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의 행방이 잡히질 않았다.
잡히지 않는 그것을 나는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반쯤 멍한 상태였나 보다.
퇴근 후 정신 나간 날 체크 한 네가 무슨 일이냐 물었을 거다.
아빠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근데 가족들한텐 묻지를 못하겠어. 누구한테 물어?
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지 그랬어 란다.
"우리 아빠가 어디서 뭘 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넌 회사에 있는데.."
신통한 능력이 있었냐?
나도 모르는 아빠를 서울에, 것도 회사에서 일만 하다 온 네가
'내 아빠의 행방에 대해' 알 리가 없다.
왜 넌 정답을 아는 것처럼 굴까.
부정 어린 대답에 정신 나간 통곡을 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정신은 회피했다.
무얼 믿고 얼마만큼의 진실을 알고 있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늘 한 가지.
아빠한테 전화하면 안 돼!
아마도, 아빠에 관한 건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내가 사준 옷가지들과 내가 이쁘다 하던 갈색 터틀넥니트와 베스트, 아빠가 썼던 모든 것들은 태워 재도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남은 건 옛날 사진과 휴대폰 번호가 전부다.
하지만 이 번호로 전화를 하면 안 된다.
아빠가 안 받을 것만 같은 예리한 느낌이 든다.
진짜 마지막 실낱같던 희망마저 재처럼 날아가 버릴까 사력을 다해 참는다.
쓰지도 않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뜬다.
예쁘고 참하게 생긴 여자애다.
아빠가 아님을 확인해버리고 말았다.
번호를 지우지 못한다.
그러나 내 붉은 실은 여기까지라고 한다.
놓지 못하고 자꾸만 잡고서 매달린다.
이미 다시 태어나고도 남을 시간일까..
좋은 곳에서 꼭 여자로 태어났으면 한다.
'코쟁이'라는 별명답게 콧대 높은 여자로 태어나
이쁨 받고 곱게 자랐으면..
지금은 인지한다.
아빠의 부재를..
아빠 없는 인생은 처절하리만큼 서럽고 분했고
그립다.
있을 때 알지 못한 감정이고
다시 돌아가도 아마 똑같겠지.
그럼 돌아가진 않을래.
언제 놓을지는 모르겠다.
꿈에 나타나 '가짜'임을 알려줄 땐 언제고
어젠 그렇게 싸웠다.
갈수록 목소리의 생기가 옅어져 간다.
내 이름을 부를 때의 음성만 또렷하다.
사진을 보면 이랬었지-하지만
보기가 힘겹다.
시간은 속절없이 간다.
이야기를 하면서 흝어보내는 중이야.
너무 빈털터리라 다 잡고 싶었는지도.
나중에 만날지 어떨지는 모르겠어.
그저 이 그리운 감정이 아빠를 붙잡고 놓지 못해
나만큼이나 힘든 여정을 가고 있을까 봐 걱정이야.
우리 이 실 풀고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실로 묶자.
의미는 좋은 것만 싹 다 갖다 붙여놓을게.
오래 걸려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