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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 사과

by vakejun


누군가는 줄 이어폰 특유의 감성이 좋다고 한다.

나?

되도록이면 전자기기는 최신버전이어야지.

그럼에도 오래 쓰는 편이고 바꾼다면 그래야지.

에어팟이 나왔을 때 편리했다.

감성은 됐어.

기능적으로 우수하면 그만-

그런데,

헤드폰이 나와버렸다.

학창 시절 유일하게 가지지 못해서 안달 났던 그거.


갖고 싶었던 G-shock 시계는 졸업선물로, 국내에선 잘 구할 수 없던 스투시는 유행도 하기 전 이미 차고 넘치게 입었다.


그중 못 가졌던 거 하나.

소니 헤드폰.

구하려면 구하고 살 수도 있었지만 내 돈 주고 사기 망설여지는 그 언저리 어딘가가 소비를 막았다.


이쁜 쓰레기라 불렸던 '블랙베리'는 진짜 이쁘기만 했다.

휴대폰 역할 그 이상을 국내에선 '얘' 빼고 다 하고 있었다.

2년 약정을 꾹꾹 눌러 다 채운 후 그것은 재빠르게 쓰레기가 됐고 원래 가려했던 사과밭으로 방향을 틀었다.


디자이너의 전유물이었던 매킨토시는 대중의 입맛에 맞게 변신을 했고 나 또한 그 흐름에 통장을 털었다.


아이맥, 아이패드, 맥북, 아이폰, 에어팟, 워치..

.. 에어팟 맥스가 없다?


이건 내가 봤을 때 '갖지 못한 자'로써 말한다.

사치품이고 패션이며 비싼 액세서리에 불과하니

나까지 가담하진 않겠다!

라고 했지만 믿었던 소니마저 비슷한 디자인의 헤드폰을 세상에 내놓고 만다.


내 감성이래 봤자 딱 블랙의 폭신한 쿠셔닝의 귀마개!

심플한 텍스트로고의 'SONY' 그것이었는데..


소니의 정체성은 사과밭에서 뒹굴고 있다.

아무것도 살 수가 없다.

첫차도 막차도 이젠 선 없는 헤드폰 마냥 끊겼다.


줄 이어폰이 꼬일 때마다 푸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스트레스였는데..


거대한 미국 사과는 어디까지 진화할지는 모르겠다만 더 이상의 인덕션은 됐고, 처음 그 유니크함만 지켜주면 좋겠는데..


아이폰의 메모장 기능을 나만큼 잘 활용하는 사람은 주변에 없다.

지금도 메모장 시커먼 화면에 흰색의 한 음절, 한 마디, 한 문장을 나열하고 있으니 말이다.

애플, 한 입 베어문 게 입 짧은 내게 딱이렸다.



+ 헤드셋을 한번 사볼까 노려봤지만 착용하는 순간

메니에르 후유증이 떠오르면서 공황장애가 올뻔했다.

무섭도록 잘 되는 노이즈캔슬링이 이렇게 소비를 막아준다. 돈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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