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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동에서..

by vakejun


꽤나 밖에선 많은 것들을 관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치라는 것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그냥 유전(?)인 걸로.

사람들의 생김새와 스타일, 말투, 억양, 무얼 입고 어딜 가는지 행복은 한지..

모여있는 비둘기에게도 묻는다.


"행복하니?"


알겠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전에는 불만에 가득 차 스치기만 해도 눈꼬리가 올라가고 전투태세 모드였다면 지금은 좀 온화로워진 거 같다.

어린 커플을 보면 그래 오래가라~

횡단보도의 꼬리물기 하는 차량을 봐도 그래 오래 살아라~

뭐 대충 이런 식.

세상을 나 혼자 아름답게 축복해 주기로 괜히 어느 날인가부터 습관처럼 맘먹어버린 것 같다.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어느 날 네가 말했다. 왜 그런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도 행복을 빌어주냐고.

누군가 내겐 빌어주지 않을지 몰라도 난 분명히 있다.

내 가족, 친구, 그리고 몇 안 되는 인간관계들 속에서 나는 분명히 축복 내지 근사한 그 무엇을 받고 있다.

알고 있다. 분명하다. 믿는다? 갈수록 떨어지는 신뢰도..


혹여 당신도 불행하다고 여긴다면, 나로도 괜찮다면 당신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길 바라본다. 진심으로.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데에는 그 어떤 노력도 경제적 능력도 힘도 필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저 바라기만 하면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같은 그런 무용한 것들인데 너무 인색하게 살아온 나로선 이 기회를 삼아 아름답게 살아 보련다. 거창하지 않게 그냥 자연발화 같은 무언갈 꿈꾸는 지도 모른다.


요즘은 생각하는 게 부자연스러울 때가 있다.

잡생각이 날 잠식하기 때문이다.

관찰보다 관심이 필요한 나이가 다시 온 거다.

어떤 이들의 이야기는 모든 것이 재미가 없고 그저 귀아픈 고통에 불과했지만

어떤 이들과의 이야기는 때론 내가 거기에 '있다'는 소속감을 준다.

이거 진짜 관심병 수준 아닌가?

나쁜가?


그렇지 않다. 난 무럭무럭 자라는 편이거든.


오늘은 자주 오던 에스프레소바에 아침 일찍 나와 나에게 아이스 라테와 롱블랙아이스를 시켜줬다.

여긴 꽤나 쾌적한 편이라 타이핑 소리의 타율이 좋을수록 가속도가 붙어 재미가 쏠쏠하다.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거. 오랜만이다.

등받이가 없는 스툴이라는 것에 약간의 아쉬움. 더하기 약간은 소란스러운 커플 등장.

꽤나 불평이 많은 스타일인 것 같지만 예민한 당신에게도 롱블랙 치얼스~

좋은 컨디션으로 출발해서 오늘 하루는 조금 기대.


글렀다. 나는 한낱 인간인가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저 님의 수다.

김치냉장고의 고장에 대해 열심히 토로하는 여자의 목소리는 조금 지져스..

앞날을 모르는 건 내 인생이었나? 한 단락 안에 이렇게 빨리 바뀌는 게 사람 마음이라면 나는 줏대가 없거나 사람을 기본적으로 싫어하는 바탕이 깊게 깔려있는 것.


고치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에어팟에선 언제부터 음악이 나오지 않았는지도 까먹을 정도로 열심히 써 내려가고 있었는데

옆 커플의 알 수 없는 얘기에 나까지 휘말리고 말았다.


좀 수다스러운 비둘기에게 전사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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