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내가 여기에 없다면
나는 내가 그랬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면 했다고
마지막 따위는 기억도 인정도
뭣도 할 수 없는 분해가 되었으면 이라고
세상에 없음을 한참 떠올리던 열네 살,
자연사라 호상이었다던 할머니처럼
모두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일조차
몰랐으면 한다고
땅에 묻히든 재가 되든
자각이 없으면 통각도 없겠지
모든 것이 꼭 나도 모르게 일어나길 바란다고
나는 없는데 내가 그 사실을 알까 봐
쉽사리,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
사후가 뭔지는 모르겠고
이것이 큰 죄가 된다면 그곳도 나는 ‘나’인 채로
고통받지 않을까
잠잘 시간도 없던 스물네 살,
세상 이치 알아가고 살아있는 모든 감각이
까칠하던 그때
세상에 없는 것보다 존재하는 것이
더 고역이던 그때
그때 알았어야 할 자연스러운 자라남이
모자라서
뵈는 게 없던 서른네 살,
스스로 불쌍타 가엽다 여기지 말고
이제 그만 암울에서 건져주기를
어쩌면 간절하게 바랐는지도
그토록 부정문만 있던 지랄 맞은 감정도
어여삐 보고 공손하게 대하니
조금은 더 가꾸어볼까 욕심도 나는 것이
겪은 적 없는 마흔네 살,
죽을동 말동 견주지 말고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
경사지게도 행복에 겨워도 눈물에 잠겨도
인내라는 것도 야무지게 안아보길
끝끝내 가져간 건 내 생이 아니라
명줄이 길어 슬펐던 내 우울이었네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