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뻐져서 달라진 일상
중년의 사랑도, 사랑을 하면 이뻐져요.
다만 그 ‘이뻐짐’은
화장으로 만드는 빛이 아니라,
삶이 다시 살아나는 빛에 가깝다.
사랑을 하면 가장 먼저 오는 변화는 가슴이다.
숨이 가빠서가 아니다.
설렘 때문이다.
심장이 이유 없이 박동하고,
피가 온몸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가슴으로 돌아온다.
굳어 있던 몸 안쪽에 온기가 스며들고,
잠들어 있던 생기가
“나 아직 살아 있어” 하고 조용히 고개를 든다
.
그런데 어찌, 이뻐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다음은 눈이다.
중년의 눈은 잘도 참아왔고, 잘도 견뎌왔다.
그런 눈이 사랑 앞에서 먼저 바뀐다.
말보다 빠르고 표정보다 솔직하게,
기대가 고이고
기쁨이 비치고,
작은 일에도 반짝임이 남는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비슷한 하루 속에서도 ‘보고 싶은 것’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마음이다.
마음이 한 톤 밝아진다.
무거운 생각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 무게를 혼자만 지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생긴다.
“어쩔 수 없지”가 먼저 나오던 입술에서
“그래도 괜찮아”가 먼저 흘러나온다.
사랑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기보다 다정하게 만든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함부로 굴지 않게 한다.
이렇게 바뀐 가슴과 눈과 마음은, 곧장 일상을 바꾼다.
아침이 먼저 달라진다.
눈을 뜨는 일이 덜 버겁다.
알람 소리가 ‘또 하루’가 아니라 ‘오늘 하루’로 들린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대충 삼키지 않는다.
향을 맡고 온도를 느끼고 첫 모금을 천천히 삼킨다.
사랑은 사람을 멀리 데려가지 않는다.
대신 지금, 여기를 선명하게 만든다.
거울 앞에 서는 태도도 바뀐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이 아니라,
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긴다.
머리를 빗는 손길이 느려지고, 옷을 고르는 시간이 조금 길어진다.
“아무거나” 대신 “이건 나답다”를 찾게 된다.
이뻐지려는 욕심이 아니라, 나를 아끼는 습관이 돌아오는 것이다.
걸음걸이도 달라진다.
목적지만 보며 걷던 사람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 가로수의 잎을 보고, 계절의 냄새를 맡는다.
어떤 날은 “오늘 예쁘다”는 말이
사람이 아니라 하루를 향해 튀어나온다.
사랑은 풍경을 바꾸지 않는데,
풍경을 보는 내가 바뀐다.
말투는 더 부드러워진다.
세상과 싸울 필요가 조금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에 덜 날카로워지고, 실수 앞에서 한 박자 여유가 생긴다.
미안함을 빨리 인정하고 고마움을 아끼지 않게 된다.
사랑받는 사람은 증명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어
말은 줄고, 온기는 늘어난다.
하루의 끝도 달라진다.
침대에 쓰러지듯 눕던 밤이
오늘을 한 번 더 돌아보는 밤이 된다.
별일 없던 하루에도
“그래도 괜찮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은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지 않는다.
대신 하루를 버릴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중년의 사랑은 사람을 이쁘게 만든다.
젊음을 되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살아 있게 하는 방식으로.
가슴이 먼저 뛰고,
눈이 먼저 빛나고,
마음이 먼저 밝아지니까.
그 변화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의 모든 순간에 조용히 스며드니까.
나도 이쁘고
그는 더 이쁘다.
그래서 우리는 둘 다 이쁘다.
왜냐면
서로 사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