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내가 했더라도 선택은 네가 했어.
10년을 함께 살았던 사람인데 ,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빵도 내 신발 사이즈도 몰랐다. 하지만 날 가장 아프게 하는 방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혼을 무마시키려고 나를 회유하다가 안되니까 괴롭히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시 나는 직장도 새로 구해야 했고, 집도 새로 구해야 했다. 그런 나에게 계속 재판 진행할 거면 '양육권' 가지고 돈 한 푼 안 주면서 소송을 1년 내내 끌겠다며 협박을 했다. 이 사람을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양육권' 포기하겠다고 했다. 머릿속에 현실적인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다. 그때 당시 둘째가 두 돌 지나 아직 어렸고, 함께 분양 받은 아파트는 전남편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것이어서 내 명의로 돌릴 수도 없었다. 내가 애들을 책임진다면 우리 애들은 월셋방을 전전하며 같이 고생할 게 뻔했다. 전남편에게는 전업 주부이신 어머니가 계셨고, 나는 아이를 돌봐줄 가족이라고는 엄마 밖에 안 계시는데 내가 엄마의 생활비 전반까지 전부 책임을 질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게 나는 양육권을 포기했다.
소송을 포기할 줄 알았던 그 사람은 내가 양육권을 포기하자 재차 쏘아붙였다.
'너, 네가 애들 버린 거야. 잘못은 내가 했더라도 선택은 네가 한 거야.' 라고.
분명 개소리였지만 그 개소리가 내 마음을 후벼파고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많은 날을 울게 했다.
하지만 엄마라면 독해져야 할 때가 있다. 고생은 나 혼자 하는게 맞고 아이들까지 시키고 싶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이사를 하고 사실은 몰래 몰래 둘째가 어린이집 가서 잠자는 것을 보고 오기도 했다. ‘더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을 얼른 데려 와야지.’ 하며 이를 꽉 깨물며 다짐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늘 되새겼다.
'엄마는 너희를 버린 게 아니야'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