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은 작업실에서 손끝에 흐르는 금빛 에너지를 바라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 그녀가 능력을 처음 발휘했을 때 갑작스럽게 화면에 떠오른 문장.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문장은 마치 그녀를 조롱하듯 화면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 문장이 왜 나타났는지, 누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금빛이 손끝에서 흐르고 있었고, 장갑을 벗어 에너지를 더욱 강렬하게 느끼며 그녀는 결심했다.
"이번엔 반드시 알아내고 말겠어."
서윤은 자신의 장비를 정비하고 시스템 로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능력은 단순한 해킹 이상의 것이었다. 금빛 에너지가 손끝에서 흘러나오며 코드와 데이터 흐름이 그녀의 눈앞에 입체적으로 펼쳐졌다. 그녀는 화면에 떠오르는 신호를 쫓으며 깊숙이 연구소의 메인 서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방어가 나타났다.
한편, 민준은 연구소 메인 서버실에서 데이터를 복구하며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목 뒤의 캡슐이 희미하게 빛나며 그의 능력을 발휘했다. 데이터 흐름이 그의 머릿속에서 실시간으로 입체적으로 재구성되었고, 민준은 갑작스러운 침투 신호를 감지했다.
"이건 뭐지? 외부에서 신호가 들어오고 있어."
그는 손을 키보드에서 떼고 캡슐의 힘을 이용해 신호 흐름을 막으려 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방어 체계는 손끝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이미 구축되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해킹이 아닌데…"
서윤은 방어의 강력함에 당황하며 손끝의 에너지를 더 집중시켰다.
금빛과 푸른빛의 에너지가 시스템 내부에서 격렬히 충돌하며 연구소 전체의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시스템 속에서 서로의 능력을 시험하듯 싸우고 있었다.
서윤은 결국 튕겨 나갔다. 그녀는 손끝에서 사라지는 금빛 에너지를 보며 숨을 골랐다.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닌데… 이 방어는 대체 누가 한 거야?”
그녀는 더 큰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끼며 눈을 감았다.
민준은 자신의 능력을 점검하며 침투를 막은 시스템을 살폈다. 목 뒤의 캡슐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그에게 희미한 따뜻함을 주고 있었다.
“내가 이 정도로 방어할 수 있었다니… 내 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그는 자신이 겪고 있는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신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를 계속 복구했다.
모든 것이 다시 고요해진 연구소 내부. 민준은 시스템 복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휴식을 위해 숙소로 돌아가고, 연구소 한쪽 구석에서 오래된 모니터가 갑자기 깜빡이기 시작했다. 로딩 바가 천천히 움직였다.
모니터의 LED 화면 속 글씨가 타자를 치듯이 나타났다.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라는 문장은 마치 연구소 전체에 퍼진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지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뒤 이번에는 글씨가 단순히 멈추지 않았다. 문장이 사라진 뒤, 모니터는 빠르게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연구소 전역에 걸친 시스템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짧은 순간 멈칫했다. 연구소 곳곳에 있는 기기들이 동시에 빠르게 리부팅되며 희미한 기계음이 울렸다.
같은 시간 멀리 떨어진 작업실에서 서윤은 순간적으로 손끝에 전해진 진동을 느꼈다. 그녀의 시스템 역시 미세한 간섭을 받는 듯 화면이 깜빡였고, 장갑을 낀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