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민준의 실수

by leolee

오태훈은 민준의 오래된 친구이자 데이터 보안 전문가였다. 대학 시절부터 이어진 관계 덕분에 두 사람은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태훈은 현실적이고 냉철한 성격으로 기술의 실용성에만 관심을 두었고, 민준은 그런 태훈의 현실주의적인 태도를 가끔 답답하게 여기면서도 그의 논리적인 사고를 존경했다.


그날, 민준은 연구소에서의 사건 이후 처음으로 태훈을 만나러 갔다.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발생한 실수와 혼란스러운 감정을 털어놓고 싶었다. 연구소 메인 서버를 제어하다가 일어난 작은 전력 과부하로 일부 장비가 파손되었고, 이로 인해 동료들에게 불편을 끼친 일이 마음에 걸렸다.

“야, 너 얼굴 왜 그래? 뭔 일 있었냐?”


태훈이 민준을 보며 반쯤 농담 섞인 말투로 물었다.


민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태훈아, 내가… 내가 요즘 이상해. 뭔가 내 안에서 조종이 안 되는 게 생긴 것 같아.”


태훈은 민준의 말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조종이 안 된다니?”


민준은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뒷목을 무의식적으로 만졌다.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설명하기 힘들어. 그냥, 내가 통제 못 할 힘 같은 게 생긴 것 같아.”


태훈은 민준의 말이 진지하다는 것을 느끼고, 더는 농담하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너 연구소에서 뭘 다루다가 그런 거야?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난 거냐?”


민준은 대답 대신 손을 흔들며


“아니야, 그건 좀 복잡한 얘기야.”라고 얼버무렸다.

대화는 흐지부지 끝나는 듯했지만, 태훈은 민준의 행동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직감했다.


며칠 뒤, 태훈은 민준이 작업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목 뒤에서 희미하게 빛이 나는 것을 본 태훈은 처음에는 이상한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민준이 손을 대지 않고 데이터 흐름을 조작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야, 잠깐만.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태훈이 급히 다가가며 물었다.


민준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태훈아, 근데 너 여기 왜 왔어?”


“왜 오긴? 니가 불렀잖아. 근데, 방금 봤어. 너… 손 안 대고 뭘 움직이더라. 그게 뭐야?


민준은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냥… 내가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생긴 거야. 연구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게 나한테 이런 능력을… 아, 나도 잘 모르겠어.”


태훈은 민준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점점 호기심이 눈에 가득 찼다. 그는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민준아, 이거 혹시 엄청난 거 아니야? 네가 가진 능력, 세상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 둘한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무슨 소리야?” 민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태훈은 민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이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 이 능력을 잘 활용하면 우리 둘 다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너도 알고 있잖아. 세상은 냉정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민준은 태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태훈,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마. 이건… 내가 통제도 못 하는데 어떻게 써? 게다가, 그런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태훈은 민준의 단호한 대답에 살짝 실망한 듯 보였지만, 금세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겠어. 넌 항상 그런 놈이었지. 하지만… 혹시 네가 마음을 바꾸고 싶을 때가 오면 나한테 먼저 말해. 알겠지?”


민준은 태훈의 말을 가슴속 깊이 담아두며, 그의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태훈을 믿고 싶었다.

keyword
이전 13화데이터의 균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