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부엌 창으로 부드럽게 흘러들었다. 팬 위에선 계란프라이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었고,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커피머신에서 피어오르는 증기와 함께, 누나는 수면 티셔츠 차림으로 머리를 대충 틀어 올리고는 식탁에 걸터앉았다.
“오늘 수업은 뭐야?”
그녀는 커피잔을 들며 나지막이 물었다.
“응, 애들이랑 일기 쓰기 하려고. 쓰기 수업인데 처음이라 좀 걱정돼.”
“일기? 감정 쓰는 거야?”
그녀는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보단, 하루 중 기억나는 일을 간단히 정리해 보는 거야. 5W1H, 알지? Who, What, When, Where, Why, How.”
“오, 선생님이네?”
장난기 어린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가락이 내 옆구리를 콕 찔렀다.
나는 간지러운 듯 웃으며 대꾸했다.
“그냥 시범 보여줘야 하니까. 나도 하나 써봐야지.”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 시작 전, 나는 칠판에 큼지막하게 ‘5W1H’를 적었다. 학생들에겐 아직 낯선 개념이었지만, 하나씩 풀어가며 예시를 보여주자 조금씩 눈빛이 달라졌다.
� 오늘의 일기 예시
When: 오늘 아침
Where: 집 부엌에서
Who: 나와 누나
What: 아침을 만들었다
Why: 같이 먹으려고
How: 계란을 굽고, 커피를 내렸다
➡️ 문장:
“오늘 아침, 나는 누나와 함께 부엌에서 아침을 만들었습니다. 누나는 커피를 내리고, 나는 계란을 구웠습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수업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받아 적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은 엄마와의 마트 이야기, 또 어떤 학생은 친구와 다툰 일을 꺼내 적었다. 그들의 짧은 문장들이 교실 안을 조용히 채워갔다.
수업이 끝난 후, 칠판지우개를 정리하다 문득 아침의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앞으로 쓸 일기라면 어떤 내용이 될까…’
아침의 그 따뜻한 대화, 그녀가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내게 건넸던 부드러운 눈빛, 그 모든 순간들이 선명히 떠올랐다. 그런 날의 글은 쉽게 써 내려갈 수 있다. 오히려 쓰지 않으면 마음속에 흩어져버릴까 아쉬울 정도로.
나는 미소를 지으며 가방을 들었다. 바깥엔 살짝 봄비가 내려 있었다.
일기를 쓴다는 건, 하루를 다시 한번 천천히 되짚고, 그 마음을 곱게 접어 마음속에 넣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마음 한가운데, 변함없이 그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