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누나는 뭔가 조금씩 달라졌다. 예전엔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만 해도 웃으며 반겨주던 그녀는, 이제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은 채 “왔어?”라고 짧게 말하는 정도로 반응했다.
처음엔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스트레스가 많은 것도 이해했고,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 바빠질 거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저녁, 내가 수업 준비를 하던 중, 누나는 거실에서 내게 물었다.
“그 학생, 요즘도 자주 남아?”
나는 고개를 들고 되물었다.
“응? 무슨 학생?”
“그날… 교무실에서 봤던 애. 긴 머리에 말 잘하는… 이름이 뭐더라.”
“…아, 서소?”
누나의 눈매가 아주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래. 그 학생. 요즘도 자주 물어봐?”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대답이 불편했기 때문이 아니라, 누나의 어투가 이전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음, 뭐 가끔. 편입 준비한다니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서 저녁에도 연락해?”
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위챗으로 질문 오긴 해. 근데 뭐, 긴 것도 아니고, 수업 관련이야.”
“수업 관련이니까 늦은 시간에도 괜찮다는 거야?”
그 말투엔 분명 서늘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나는 순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누나, 아니야. 그런 의도 아니야. 그냥 학생이니까…”
“근데 너, 웃었어.”
“… 뭐?”
“그날. 그 교무실에서. 걔랑 이야기할 때. 네가 그렇게 웃는 거, 나한텐 잘 안 보여주잖아.”
나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이 얘기가 풀릴지 알 수 없었다.
“누나… 진짜 그런 거 아니야. 나는 그냥…”
“그냥?”
누나는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냥… 괜찮은 관계라서 그런 거야?”
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냥… 나는 학생한테 잘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특히 서소처럼 열심히 하는 학생은 더 챙겨주고 싶고.”
“근데 난?”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렸고,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나는 너한테 특별한 사람이잖아. 근데, 어느 순간부터 네 시선이 나보다 다른 데에 더 오래 머무는 것 같아서… 솔직히 서운했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옆으로 갔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등을 잡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나, 선택해 줬으면 좋겠어.”
“… 선택?”
“나랑 있는 이 관계를 지키고 싶으면, 그 아이와의 선은 확실히 그어줘. 아무리 학생이고, 아무리 수업이라도… 난 네가 거기까지 따뜻해지는 게 싫어.”
그 말은 선언이었다. 부탁이 아니라, 감정의 끝자락에서 꺼내든 마지막 안전선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편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날 밤, 누나는 등을 돌린 채 먼저 잠들었다. 나는 등을 돌린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누나…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