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나는 누나의 말대로 서소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먼저 자리를 뜨고, 저녁 시간에 들어오는 메시지에는 “나중에 얘기하자”라고 짧게 답했다. 수업 중에도 필요 이상으로 웃거나 다정하게 굴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문제는, 그 모든 ‘거리 두기’가 상대방에게는 차가움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날은 금요일 저녁, 나는 교무실에 남아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대부분 퇴근했고, 복도는 고요했다. 문득 누군가 노크를 했고, 문이 열리자 서소가 고개를 내밀었다.
“선생님… 지금 잠깐 괜찮아요?”
나는 시계를 봤다. 저녁 6시 20분.
“음… 무슨 일이야?”
서소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 든 노트를 내밀며 말했다.
“쓰기를 준비하면서, 예시 일기를 하나 써봤는데… 혹시 봐줄 수 있나 해서요.”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서소야, 지금은 좀 늦었어. 평일 저녁엔 연락도 좀 삼가 줬으면 해.”
그녀는 멈칫했다.
“아… 혹시 제가… 민폐였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내가 지금은 좀…”
말을 이어가기 전, 교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
“여기서 이러고 있었네.”
누나였다.
나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손엔 도시락 봉투와 커피가 들려 있었다. 아마 내가 야근한다고 생각하고, 뭔가 챙겨주러 왔던 거겠지.
하지만 그 타이밍은 최악이었다.
누나의 시선이 곧장 서소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가 내 손에 들린 노트와, 서소가 한 발 가까이 다가서려는 움직임을 보았을 때—표정이 굳었다.
“나중에 연락하랬다며? 근데 지금은 괜찮은 거야?”
“누나, 그게 아니라—”
“됐어. 말 안 해도 알아. 나… 멍청했네.”
그녀는 도시락을 그대로 책상에 내려놓고 뒤돌아섰다.
나는 바로 따라나갔다.
“누나, 잠깐만. 오해야. 진짜 아무것도…”
“그래, 오해겠지. 근데 문제는 그 오해가 하루 이틀 쌓인 게 아니라는 거야.”
그녀는 복도 끝에서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그 학생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서, 왜 넌 매번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는 건데?”
그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는 너를 믿고 싶었어. 그래서 기다렸고, 모른 척도 했고… 근데 이제는 지치나 봐.”
그녀는 조용히 마무리했다.
“우리, 여기까지 하자.”
복도를 가득 채운 정적 속에서, 그녀의 뒷모습은 천천히 멀어져 갔다.
그 자리에 홀로 남은 나는, 손에 들린 노트를 조용히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 정말, 우연이었는데.”
그리고 알았다. 어떤 우연은, 누군가의 불안을 건드릴만큼 정확하게 찾아오기도 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