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겨울의 시작

by leolee

2020년 1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칭다오의 겨울은 예년보다 유난히 조용했다. (이때의 기억은 조금 뒤섞인 것이 많다)

가끔 경치를 보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가는 샤오위산은 안개에 절반쯤 가려져 있었고, 낮에도 붉은빛이 도는 회색 하늘이 골목 위로 축 처진 것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늘 그렇듯 이른 오후, 수업 준비를 마친 뒤 교실로 향했다. 학생들은 여느 때처럼 핸드폰을 보며 웅성이고, 내가 들어서면 익숙한 인사와 웃음으로 교실 안이 채워졌다.


하지만 그날, 누군가 조심스레 말했다.


“선생님, 후베이에서 이상한 바이러스 퍼졌대요. 제가 웨이보에 올랐는데, 삭제됐어요.”


학생은 말끝을 흐리며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작은 단톡방의 캡처 화면.

이름 모를 병원과 경찰서 사진, 그리고 ‘폐렴’이라는 단어가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넘겼다. 언제나 그렇듯 과장된 이야기일 거라고.

하지만 그 이야기는 며칠 뒤, 현실이 되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그 학생은 더 이상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담당 부서에 물어보니, ‘잠깐 사정이 있어 학교를 쉬기로 했다’는 대답뿐.

뒤늦게 다른 학생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단톡방에 퍼뜨린 내용 때문에 이틀간 구류를 당했다고 했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걸 공유한 것뿐인데… 그날 밤경찰이 집에 왔대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어딘가 식은 기운이 몸 안을 훑고 지나가는 걸 느꼈다.

사실, 그때까지도 이 사태가 오래갈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며칠 후, 날은 흐리고 습했다.

교무실에 앉아 있는데 한 명의 학생이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이거 오래갈 것 같아요. 제 고향에 있는 삼촌이 정저우 쪽 공안인데, 1~2년은 각오해야 한대요.”


나는 되묻듯이 웃었다.

“1~2년? 농담하지 마.”


“진짜예요. 이미 교육부 내부에선 온라인 수업 전환 지침이 내려왔대요. 저희 조교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그날 밤, 학교에서 메일이 왔다.

오프라인 수업 중단.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

그 메시지는, 평범했던 일상이 서서히 뒤집히고 있다는 첫 번째 공식 신호였다.

나는 교육자로서 오프라인 수업을 오래 해왔고, 온라인 수업은 그냥 나에겐 알바로 하는 그런 중요치 않은 영역이었다. 그래서 지금 와선 좀 그런 이야기지만 온라인만 하는 교사들을 자격 없는 장사꾼들이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내게는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 보는 일’이 수업의 전부이자 생명과도 같았다. 그런 나에게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닥치다니... 참 인생이 그렇다.


하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흐름이었다.

교장실에서 결정된 월급 체계는 다행히 종전과 같았고, 나는 그래도 감사하며 서둘러 온라인 플랫폼을 익혔다.

나에겐 익숙한 줌, 텐센트 미팅, 그리고 꾸준히 보내야 할 과제와 피드백.

기계 너머로 학생들의 반응 없는 얼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카메라 꺼진 학생들을 보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리고,

결국 ‘그날’이 왔다.


건물 관리인은 아침 일찍 우리 집 문에 붉은색 스티커를 붙였다. 물론 안에서는 볼 수 없었다. 집주인이 보라고 메신저에 찍어준 현관문은

‘외출 금지. 위반 시 법적 조치’라는 내용이 분명히 적혀있었다.


칭다오에선 다른 도시들만큼 극단적이진 않았지만,

그날부터 바깥으로 나갈 수 없었다.(몰래 나올 수는 있었지만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특별히 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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