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교실 - 1

by leolee

수업은 오후 1시에 시작됐다.

나는 마이크를 테스트하고, 슬라이드를 열고, 카메라 앞에서 바르게 앉았다.

하지만 화면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 반응이 없었다.


프로필 사진만 떠 있는 네모난 창들.

‘출석 체크합니다. 왕리, 리메이, 조나… 다 들리나요?’


정적.

정적.

정적.


‘음… 네, 다 들린다는 걸로 생각하고 시작할게요.’


“오늘 배울 문법은 ‘–으려면’이에요.”


나는 슬라이드 첫 장을 넘겼다.

화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동사 + (으)려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조건을 말할 때 사용합니다.

예) 한국어를 잘하려면, 매일 연습해야 해요.


“예를 들어 볼게요. 여러분이 TOPIK 시험을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우스를 움직여 채팅창을 열었지만, 아무도 타자를 치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이어 말했다.


“아, 그리고 이 문형은 앞에는 목적, 뒤에는 조건이 와야 해요.

그리고 동사에 따라 형태 변화가 조금 있어요. 예를 들어…”


나는 칠판 대신 슬라이드에 타이핑을 시작했다.


가다 가려면

먹다 먹으려면

놀다 놀려면 (ㄹ 동사)

듣다 들으려면 (ㄷ 불규칙)

걷다 걸으려면 (ㄷ ㄹ 변화)


“조금 헷갈릴 수 있죠?

예를 들어, ‘듣다’는 ‘들으려면’이에요.

‘ㄷ’ 받침이 ‘ㄹ’로 바뀌죠. 이런 걸 불규칙 변화라고 해요.”


슬라이드에는 다음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음악을 잘 들으려면, 집중해서 들어야 해요.

길을 잘 걸으려면, 신발이 좋아야 해요.


“자, 혹시 질문 있나요?”


정적.

아무도 카메라를 켜지 않았고,

아무도 음소거를 풀지 않았다.

나는 마우스를 쥔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수업이 끝난 후, 노트북을 덮고 주방으로 나왔다.

소왕은 프라이팬에 계란을 부치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공간을 채웠다.


“오늘 수업 어땠어요?”

그가 묻는다.


나는 물을 마시며 말했다.


“누가 듣고는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그냥, 아무 반응 없이 한 시간 동안 혼잣말한 기분.”


소왕은 조용히 팬을 흔들며 말했다.

“근데… 아마 듣고 있을걸요. 안 보일 뿐이죠.”


그 말에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컴퓨터를 정리하려던 순간.

강의 플랫폼 알림 창이 하나 떴다.


왕리: 선생님, 질문 있어요.

‘살다’는 어떻게 바꿔요? ‘살으려면’이에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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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는 살려면이에요.

ㅡ가 탈락돼요. ㄹ받침은 받침이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또 쉬워요. 고마워요, 왕리 씨.


그 짧은 메시지 하나가, 그날 어두웠던 기분을 바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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