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카메라, 닫힌 마음

by leolee

온라인 수업 화면은 켜져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가 꺼진 검은 창 위에 “Zhang Li”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그 아래는 반응 없는 채팅창. 마이크는 꺼져 있었고, 움직임도 없었다.

나는 순간, 누가 나를 듣고 있는지, 지금 이 수업이 존재하긴 하는지 의심스러워졌다.


“자, 그럼 ‘-은 적이 있다’ 표현으로 문장 만들어볼 사람?”

질문은 공기 중에 흩어졌고,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왕리 씨?”

“….”

“…리메이 씨?”


오직 내 목소리만 모니터에 울렸다. 그마저도 내 귀엔 메아리처럼 들렸다.

‘나는 지금…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허공에 외치고 있는 건가.’


한때 얼굴을 맞대고 웃고 떠들던 교실이 그리웠다.

학생들이 무표정으로 앉아 있다가도 내가 농담을 던지면 슬그머니 웃음이 번지던 그 교실.

“선생님, 이거 발음 이상해요!”

“이 단어, 왜 이렇게 어려워요?”

그 작은 소동들이 수업의 온기를 채워주었는데,

지금은 오직 정적만이 교실을 채우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도 한동안 노트북 앞을 떠나지 못했다.

다 꺼진 화면을 보며, 마치 교실에 나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밖으로 나가니, 햇빛은 있었지만 공기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검사소로 향하는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QR코드를 내밀고, 검체를 제출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갔다.

눈이 마주쳐도 서로 피했다.

일상이긴 했지만, 누군가 “이건 정상이 아니야”라고 외치면 곧 무너질 것 같은 나날.


소왕과 마주 앉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말은 줄어들고, 숟가락 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렸다.


“오늘도 수업 힘들었어?”

소왕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국을 한 숟갈 떴다.

“그냥… 학생들 얼굴이 안 보이니까,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소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반찬을 조용히 집으며, 나보다 더 오래된 현실을 살아내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멍하니 휴대폰을 넘기다가

웨이신 모멘트 하나에 눈길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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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

소박한 생크림 케이크 위에 딸기 세 알,

옆에는 꼼꼼하게 짠 핑크빛 아이싱으로 ‘ 9岁’‘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9살이라는 뜻이다.


“딸 생일 케이크 직접 만들어봤어요.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죠?”


사진 속 주방은 정돈돼 있었고,

창가 쪽으로 뿌연 햇살이 기울어 있었다.

그저 그런 일상 같았지만,

그 순간 내 눈엔 그 케이크가 유난히 따뜻하게 보였다.


나는 가끔 학생들 모멘트에 장난치듯 글을 적는 편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댓글을 달았다.


“진짜 예쁘네요. 나도 한 조각 받을 수 있을까요?”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다.

그냥… 항상, 또는 오랜만에

사람과 말이 섞이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의외로 빠른 답이 왔다.


“선생님?? 물론이죠, 언제든 드릴게요.”


나는 순간 화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아이콘 속 이름은 ‘리란(李然)’.

이제 생각이 났다.

한국어를 배운다고 1:1 수업을 등록했던 학생이었다.

항상 시간에 늦어서 한 시간 수업중 30분만 하기 일쑤였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그냥 해프닝이라고 생각한 이후, 나는 여전히 온라인 수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카메라는 여전히 꺼져 있었고, 정적은 여전했다.

하지만 어쩐지,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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