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일곱 시, 휴대폰이 울렸다.
“지금 집에 있어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군지 알았다. 며칠 전, 딸 생일 케이크 사진을 올렸던 그녀였다.
“네, 있어요.”
“그럼… 집 주소 좀 알려주세요.”
순간 망설임이 스쳤지만, 결국 주소를 보냈다.
십여 분 뒤 다시 걸려온 전화.
“아파트 입구로 나와 주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서늘한 저녁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입구에는 하얀색 SUV 한 대가 조용히 서 있었다. 창문이 스르르 내려가더니, 그녀가 작은 케이크 상자를 내밀었다.
“이거… 드시라고요. 어제 만든 건데 조금 남아서.”
그 짧은 순간, 케이크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이 차가운 바람 사이로 스며들었다.
나는 웃으며 받아 들었다.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케이크 상자를 열었다.
하얀 크림 위에 딸기 몇 알이 단정히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모멘트에 글을 올렸다.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잠시 후, 방에서 소왕이 나왔다.
“이거, 어디서 났어?”
“지인이 주고 갔어. 같이 먹자.”
둘이서 차를 내려 컵에 붓고, 케이크를 잘라 나눠 먹었다. 달콤한 맛과 함께, 조용히 흘러가는 저녁이 조금 더 포근해졌다.
며칠 뒤, 학교에서 오랜만에 밝은 소식이 전해졌다.
방역 완화로 다음 주부터 오프라인 수업이 재개된다는 것이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학생들이 다시 교실에 모인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그런데 개강 첫날, 출석 명단을 보던 나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그녀의 이름이 있었다.
게다가 1:1 수업으로, 중국인 선생님과 외국인 선생님 수업을 모두 등록해 놓은 상태였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서 중국인 선생님들과 차를 마시던 중, 화제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로 옮겨갔다.
“그 학생, 지난 학기에도 들었었는데요…” 한 선생님이 말을 꺼냈다.
“자주 지각하죠. 숙제도 잘 안 하고.”
다른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맞아요, 수업 중에 휴대폰 자주 보고… 기억력도 산만하고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조금 의아했다.
며칠 전 차창 너머로 케이크를 건네던 그녀의 미소와, 교무실에서 오가는 이 이야기들이 쉽게 겹쳐지지 않았다.
마치 같은 인물을 두고 서로 다른 소설을 읽고 있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