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7시 10분, 체감 33도. 골목 끝 유명 곱창집 대기 58분 표시.
연통은 숨 가쁘고, 철판 위 기름이 튄다. ‘37번 손님 입장’ 스피커 반복.
대기 명단 옆엔 ‘예약 손님 우선’ 문구(간헐적 선입장 발생).
홀이 꽉 차고, 테이블마다 얼음잔·소주병·콩나물국 흘러 넘 침.
포장 픽업 라이더들 번호표 들고 서 있음.
지나가는 사람들, 연기에 발걸음 늦추고 한 번씩 안을 들여다봄.
부장님이 “오늘은 고생했으니 곱창!” 하고 외쳤을 때, 내 안의 배고픔이 먼저 기립박수를 쳤다. 숯불 위에서 황금색 기름이 ‘탁’ 튈 때마다 팀장님 농담도 덜 짰다. 상추 위에 곱창—부추김치—마늘—소금장—쌈. 한입에 넣고 눈을 잠깐 감았다. 회사에서 칭찬은 희소하지만, 한입의 보상은 즉시 지급된다. 옆 테이블에서 “37번 입장!” 소리가 나자 대기줄의 한숨이 반음 내려앉았다. 예약 손님이 스윽 지나갈 때, 우리 테이블도 잠깐 조용해졌다. 나도 언젠가는 ‘예약 먼저’ 되는 날이 올까. 부장님이 소주를 따라주며 “넌 요즘 문서 깔끔해”라고 했다. 칭찬이 고기처럼 불 앞에서 뒤집혔다. 반쯤 탄 마음에도 기름은 스민다. 먹는 사이사이 휴대폰이 울렸지만, 오늘만은 알림보다 구이 소리가 우선이었다. 마지막 한 점을 콩가루에 찍어 먹으며 다짐했다.
오늘의 내 해석: 회사의 평가는 느리게 굽고, 곱창의 위로는 즉시 익는다.
불은 사람보다 정직하다. 뒤집을 타이밍을 놓치면 바로 탄다. 집게 한 손, 가위 한 손, 눈은 세 테이블을 동시에 본다. “연기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면 손님은 대개 “이 맛에 오죠” 하고 웃는다. 대기판은 58분이라 쓰여 있지만, 내 머릿속엔 ‘불의 순번’이 먼저 돈다. 예약 손님을 받는 건 변명보다 운영이다. 우선순위를 섞어야 전체가 빨라진다. 그러나 줄 끝의 표정도 안다. 그래서 포장 라이더에게는 물 한 병씩 쥐여준다. 불이 세지면 소음이 줄고, 불이 약해지면 말이 많아진다. 사람도 그렇다. 구이랩으로 곱창을 싸서 내보내며 스스로에게 말한다. “빨리 굽되, 허둥대지는 말자.”
오늘의 내 해석: 장사에서 제일 큰 불은 주방에 아니라 마음에 붙는다—그 불을 내가 조절해야 모두가 덜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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