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반복하는 사람

by leolee

면접 준비는 어느 순간부터 연습이 아니라 반복이 된다. 처음에는 문장을 만들어보는 단계였다면, 그다음은 같은 질문을 다른 각도에서 여러 번 맞는 과정이다. K대 경영학부 면접을 앞둔 조선족 학생과의 준비도 그 지점으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무엇을 말할지가 아니라, 같은 질문이 왔을 때 흔들리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말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나는 면접 시뮬레이션을 하자고 했다. 형식은 단순했다. 내가 면접관 역할을 맡고, 학생은 실제 면접처럼 앉는다. 환경도 비슷해야 했기에 서로 다른 교실에서 zoom을 켠 상태에서 진행했다.

중간중간 인터넷 장애가 생기는 경우와, 배터리 문제가 있을 때, 방을 찾지 못할 때 등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기술적인 상황도 경험을 해보게 했다. 그리고 시작할 때 인사는 짧게, 웃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태도였다. 질문을 듣는 동안 고개를 너무 많이 끄덕이지 말 것, 말을 시작하기 전에 한 박자 멈출 것, 끝맺음은 흐리지 말 것. 이런 것들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지만, 실제 면접에서는 분명한 신호가 된다.

첫 질문은 자기소개서였다.

“자기소개서에 중국과 한국의 경영 방식 차이에 관심이 있다고 썼는데, 어떤 점이 가장 다르다고 생각합니까?”


학생은 준비한 답을 말하려다 말고, 잠깐 멈췄다. 예전 같으면 그 멈춤이 곧바로 당황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그 말로 시작한 문장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질문과 분명히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중간에 끊지 않았다. 일부러 끝까지 듣고,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그런 차이가 경영 성과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까?”


이 질문에서 학생의 목소리가 조금 흔들렸다. 경험을 말하는 것과, 영향을 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면접 연습이 끝난 뒤, 그 부분만 다시 짚었다. “이 질문은 정답을 묻는 게 아니야. 네가 생각해 봤는지를 보는 거야.”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은 관심 과목에 대한 질문이었다.

“경영학과에서 어떤 과목에 가장 관심이 있습니까?”


학생은 준비한 대로 ‘마케팅’을 말했다. 나는 바로 이어서 물었다. “왜요?”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이 ‘왜’에 막히는 학생들이 많다. 그는 잠시 멈췄다가, 광고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그 말을 끊고 다시 물었다.


“그 광고가 매출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학생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그 질문을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연습을 멈추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들은 네가 광고를 좋아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아. 네가 ‘왜 그게 경영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어 해.”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광고가 소비자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행동이 어떻게 매출로 이어지는지. 학생은 완벽한 용어를 쓰지 못했지만, 흐름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연습은 계속됐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이유, 졸업 후 계획, 중국에서의 경험. 질문 하나하나가 새로운 함정처럼 느껴졌지만, 반복할수록 학생은 질문의 구조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질문은 늘 비슷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표현만 바뀔 뿐이다. 그걸 이해하는 순간부터, 학생의 답변은 조금씩 안정됐다.

중간중간 나는 일부러 난이도를 높였다.

“그 답변은 다른 학교에서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경영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 아닌가요?”

이런 질문은 실제 면접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학생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점점 방어적으로 굳지 않고, 다시 질문으로 돌아오는 법을 배웠다.


“그렇지만 제가 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그렇게 다시 중심을 잡았다.

연습이 끝난 뒤, 학생은 말했다.

“선생님, 질문이 무서운 게 아니라… 제가 준비 안 한 생각이 드러날까 봐 무서워요.”


나는 그 말이 이 면접 준비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면접은 준비한 문장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준비하지 않은 생각이 어디까지 정리되어 있는지를 보는 자리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준비 안 한 생각이 나오면, 그건 틀린 답이 아니라 아직 정리 중인 답이야.”


학생은 그 말을 곱씹는 듯했다.

그날 연습의 마지막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나는 이 질문만큼은 시뮬레이션하지 않았다. 대신, 학생에게 노트를 주고 직접 써보게 했다. 길어도 괜찮고, 정리 안 돼도 괜찮다고 말했다. 학생은 한참을 쓰다가, 결국 몇 줄만 남겼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라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말은 하지 마.”


학생이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절박함은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야. 답변 전체에서 느껴지게 해야지, 이렇게 말로 붙이면 오히려 가벼워져.”


우리는 그 문장을 지우고, 대신 왜 이 학교여야 하는지를 다시 정리했다. 학교 이름을 반복하지 말고, 그 학교에서만 가능한 수업과 환경을 언급하자고 했다.


연습이 끝났을 때, 학생은 지쳐 있었지만 얼굴은 전보다 단단해 보였다.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답변은 없지만, 질문을 피하지 않는 태도는 만들어졌다. 그게 이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였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나는 그날의 연습을 계속 떠올렸다. 학생의 긴장, 멈춤, 다시 시작하는 목소리.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이, 과거의 나와 겹쳐 보였다. 나 역시 질문 앞에서 수없이 멈췄고, 그 멈춤이 때로는 탈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 멈춤이 다음 선택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 면접이 끝나면, 학생은 결과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시험과 또 다른 질문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이 반복이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질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사람은, 다음 질문 앞에서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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