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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Nov 29. 2024

중국 요리와 PPT: 학생들과 함께한 특별한 도전

상하이 여행을 마치고 첫 수업 날, 나는 교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러분, 오늘은 조금 특별한 과제를 내드리려고 합니다.”


학생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몇몇은 벌써 긴장한 얼굴이었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이 평소에 한국 음식에 대해 많이 배우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중국 음식에 대해 잘 몰라요. 그래서 여러분이 저에게 중국 요리를 가르쳐줄 수 있도록 PPT를 만들어보는 겁니다. 어때요?


교실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곧바로 린(琳)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PPT요?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데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처음이니까 잘 못 만들어도 돼요. 중요한 건 여러분이 스스로 조사하고 발표하는 과정이에요.”

뒤쪽에 앉아 있던 샤오강(小刚)이 손을 들며 말했다.


“선생님, 근데요... 저희 한국어도 어렵고, PPT도 어려운데 이걸 어떻게 다 해요?”


나는 샤오강을 바라보며 격려했다.


“샤오강, PPT를 만드는 건 여러분이 나중에 대학에 가서도 꼭 필요한 스킬이에요.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걸 배우게 될 거예요. 발표는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요.”


옆자리의 샤오리(小李)가 손을 들며 물었다.

“그럼 선생님, 한국어로만 해야 하나요? 중국어는요?”


“좋은 질문이에요, 샤오리. 여러분의 한국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 발표는 한국어로 진행합니다. 다만, PPT에는 중국어 번역을 넣어도 괜찮아요. 혹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제가 도와줄게요.”


학생들은 조금씩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워 보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다음 주까지 여러분이 만들고 싶은 요리를 정해서 사진과 함께 조리법을 한국어로 작성해 주세요. 여러분 모두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수업이 끝나자 몇몇 학생들이 교실에 남아 친구들과 과제를 상의하기 시작했다.

린은 샤오강에게 물었다.

“샤오강, 너 뭐 만들 거야?”

샤오강은 고민하더니 말했다.

“음, 나는 쏸타이차오로우(蒜薹炒肉) 할까 생각 중이야. 우리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시거든.”


“오, 마늘 새싹 볶음 돼지고기! 괜찮은데? 근데 한국어로 어떻게 써야 하지?”

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샤오강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글쎄... ‘마늘 새싹 볶음 돼지고기’라고 해야 하나? 선생님께 물어보면 될 거야.”


옆에 있던 샤오리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럼 나는 단초판(蛋炒饭) 할게. 볶음밥이 최고지! 만들기도 쉽고 맛있잖아.”


린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 단순하다, 샤오리. 맨날 쉬운 것만 골라.”


그때 옌펑(彦丰)이 말했다.

“나는 꿔바로우(锅包肉) 할래.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좋아서 발표할 때 사람들이 더 흥미로워할 것 같아.”


린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꿔바로우는 너무 흔하지 않아? 너만의 특별한 요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옌펑은 웃으며 대답했다.

흔해도 맛있으면 장땡이지. 너는 뭐 할 건데?”


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는 채화챠오루(彩花炒肉) 할래. 색감이 예쁘잖아. PPT에 사진 넣으면 진짜 멋질 것 같아.”


며칠 후, 나는 교실을 지나가다가 학생들이 PPT를 작업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린과 샤오강은 노트북을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샤오강, 이 사진 어때? 이게 제일 맛있어 보이지 않아?”

린이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샤오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긴 한데, 이건 사진이 너무 흐릿해. 다른 걸 찾아보는 게 어때?”


나는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좋은 사진이네. 그런데 한국어로 조리법을 쓰는 게 어렵지?”


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선생님.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 번역기를 쓰고 있는데, 자꾸 이상하게 나와요.”


나는 웃으며 노트북 화면을 보았다.

“괜찮아. 이 부분은 조금 수정하면 돼. 예를 들어, 이 문장은 ‘고기를 먼저 볶습니다’라고 바꾸면 자연스러워.”


샤오강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 선생님. 그러면 이 부분도 좀 봐주세요. 여기에 ‘마늘을 넣습니다’라고 쓰면 되나요?”


나는 문장을 살짝 고쳐주며 말했다.

“맞아. 하지만 ‘마늘을 다진 후 넣습니다’라고 하면 더 정확하지.”


학생들은 점점 자신감이 붙은 듯했다. 옌펑은 꿔바로우의 단계를 그림으로 그려 PPT에 넣으며 말했다.

“내 발표가 제일 재미있을 거야. 그림까지 넣었으니까!”


옆에서 샤오리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림만 잘하면 뭐 해? 설명을 못 하면 망하는 거지.”

옌펑은 웃으며 대답했다.

넌 그냥 네 볶음밥이나 잘해라. 흰밥에 간장만 넣은 거 아니야?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준비 과정은 다소 어려웠지만, 학생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점차 즐기기 시작했다.


나는 학생들의 준비 과정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과제를 처음 들었을 때는 다들 겁먹었지만,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 발표 날이 정말 기대된다.’

학생들은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연습했고, 준비 과정 속에서 서로의 개성을 드러냈다.

다음 주, 발표 시간에 어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올지, 나 역시도 기대하며 교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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