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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Nov 27. 2024

상하이의 기억: 신천지부터 딘타이펑까지

상하이에서의 세 번째 날, 호텔에서의 일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신천지로 향했다. 택시 창밖으로 보이는 상하이의 번화한 거리와 네온사인들은 이 도시가 가진 독특한 에너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신천지에 도착하니,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통적인 중국식 건축과 서양식 건물이 어우러진 거리에는 따뜻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골목길마다 와인 바와 유럽풍 레스토랑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오빠, 여기 진짜 대단하지 않아? 이게 중국 맞아?"

세라가 휴대폰을 들고 신천지의 독특한 풍경을 찍으며 말했다.


나는 골목 끝에 보이는 작은 광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러게, 칭다오랑은 완전 딴 세상이다. 여기 분위기 진짜 색다르다."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처럼 보였다. 금발 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와인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한쪽에서는 기타를 들고 버스킹을 하는 청년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오빠, 여기 좀 찍어줘!"

세라는 골목 벽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외쳤다. 벽에는 오래된 벽돌과 나무 창틀이 멋스럽게 어우러져 있었고, 그녀의 사진은 마치 화보 같아 보였다. 나는 웃으며 그녀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골목 끝에 다다르자 작은 야외 테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몇몇 사람들이 맥주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빠, 뭐 마실래?"

세라가 메뉴를 보며 물었다.


"글쎄, 맥주 한 잔이면 좋을 것 같은데? 근데 너는 와인 마실 거야?"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응, 와인 한 잔 해야지. 여기 분위기에서 맥주만 마시면 좀 아쉽잖아?"

그녀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후, 맥주와 와인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세라는 와인잔을 들고 우아하게 한 모금 마셨고, 나는 맥주잔을 들어 건배를 제안했다.

"인상적인 여행을 위하여, 짠!"


우리는 분위기에 취해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기 진짜 좋다. 칭다오에서는 이런 데 없잖아."

세라가 말했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응, 근데 솔직히 이런 데는 너랑 와야 더 좋은 것 같아. 혼자였으면 이렇게까지 즐겁지 않았을 거야."


그녀는 웃으며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오빠, 가끔은 멋있는 말도 하네? 근데 그건 알아야 돼. 여행은 누구랑 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거든."

우리는 그렇게  신천지의 골목길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눴다. 길가에는 조명이 은은하게 깔리고 있었고, 곳곳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가 분위기를 더했다. 한 골목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한창이었다. 기타를 치는 청년의 목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웠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잠시 멈춰 서서 박수를 보냈다.


"오빠, 우리도 여기 앉아서 좀 더 보고 갈까?"

세라가 작은 카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좋지, 이왕 온 거 조금 더 즐기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잡았다.


신천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뒤, 세라와 나는 딘타이펑(Din Tai Fung)으로 향했다. 신천지 근처에 딘타이펑은 뉴월드 플라자 2층에 있었다. 찾기가 조금 쉽지 않았지만 깔끔하고 단정한 서체로 쓰여 있었고, 역시나 웨이팅이 좀 있었다.


“오빠, 여긴 딤섬으로 진짜 유명한 곳이야!”

세라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간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여기 한 번쯤 와보고 싶었어. 그런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네.”


입구에는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내부는 세련되고 깨끗했다. 주방은 오픈형으로 되어 있어 요리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 요리사들은 하얀 제복을 입고 딤섬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얇고 투명한 만두피에 소를 정성스럽게 채워 넣고, 손끝으로 매듭을 지어 마무리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공연 같았다.


“와, 저기 봐봐. 만두 만드는 거 직접 볼 수 있네.”

세라가 손가락으로 주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진짜 정교하다. 저렇게 얇은 피로 어떻게 저걸 다 만드는 거지?”

나는 눈을 떼지 못한 채 대답했다.


잠시 후, 우리의 차례가 되어 안내를 받았다. 딘타이펑 내부는 밝은 나무색 가구와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미리 세팅된 흰 접시와 젓가락이 놓여 있었다. 벽 한쪽에는 상하이의 전통적인 풍경이 담긴 그림이 걸려 있었고, 은은한 조명이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오빠, 여기 분위기 진짜 좋지 않아?”

세라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응, 깔끔하면서도 편안해. 딱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네.”

나는 테이블에 앉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메뉴판을 펼치고 다양한 딤섬들을 주문했다. 새우  돼지고기 샤오마이, 돼지고기 쭝즈까지 모두 선택했다. 세라는 한참 메뉴판을 보다가 옆 테이블에 나온 음식들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오빠, 저기 봐봐. 저 딤섬들 색깔도 예쁘고 진짜 맛있어 보이지 않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맞아. 근데 샤오롱바오는 이번엔 빼자. 라이라이에서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제 입에 좀 물렸어.”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딤섬 종류가 다양하니까 새로운 걸 먹어보자.”


잠시 후, 대나무 찜통이 김을 모락모락 내뿜으며 우리 테이블에 도착했다.

“와, 드디어 나왔다!”

세라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찜통 뚜껑이 열리자 얇고 투명한 만두피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새우 돼지고기 샤오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이 퍼지면서 새우의 고소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세라는 젓가락으로 샤오마이를 집어 올리며 말했다.


“오빠, 이거 먼저 먹어봐. 새우가 엄청 신선하대.”


나는 조심스럽게 샤오마이를 한입 베어 물었다. 쫄깃한 만두피 안에는 탱글탱글한 새우가 그리고 그 아래에는 돼지고기가 들어 있었고, 신선한 해산물의 풍미와 육즙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새우가 이렇게 탱글탱글할 수가 있네.”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세라는 웃으며 쫑즈를 집었다.

세라는 쫑즈를 손에 들고 갑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오빠, 이 쫑즈가 왜 만들어졌는지 알아?”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음... 찹쌀을 대나무 잎에 싸서 찐 거잖아. 맛있으니까 만들어졌겠지?”


세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건 단오절이랑 관련이 있어. 옛날 중국 초나라에 굴원이라는 시인이 있었거든? 근데 이 사람이 되게 똑똑하고 나라를 사랑했는데, 음... 음모에 휘말려서 결국 강물에 몸을 던졌대. 사람들이 너무 슬퍼서 강물에 쌀을 던졌는데, 물고기들이 굴원의 몸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고 던진 거래.”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세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 그럼 이 쫑즈가 그때부터 먹기 시작한 거야?”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그래서 단오절 때 사람들이 쫑즈를 먹으면서 굴원을 기리는 거야. 재밌지?”


나는 손에 쫑즈를 들고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렇게 단순히 맛있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은 의미가 있네. 근데 이거 먹으면서 굴원 생각하면 뭔가 엄숙해질 것 같아.”


세라는 웃으며 쫑즈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오빠, 굴원 얘기하면서 이렇게 맛있는 거 먹으면 안 될 것 같은데? 근데 맛있으니까 괜찮아!”


나는 세라의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며 쫑즈를 베어 물었다. 연잎의 은은한 향과 쫄깃한 찹쌀, 짭짤한 돼지고기 소가 조화를 이루며 입안 가득 풍미가 퍼졌다.

“이건 진짜 별미다. 굴원이 아니었으면 못 먹을 뻔했네.”

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음식도 이렇게 역사가 담겨 있으면 더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


“이건 완전 디저트 같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하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라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빠, 이런 거 좀 배워야 돼. 음식은 이렇게 맛도 좋고 비주얼도 좋아야 한다니까.”


우리는 음식을 하나씩 맛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샤오마이와 쫑즈를 번갈아 먹으며 상하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음식의 다양한 맛과 향은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딘타이펑의 포장 코너에서 추가로 음식을 주문했다. 포장한 음식을 들고 나와 길거리를 걷는데, 세라가 말했다.

“오빠, 오늘 딤섬 진짜 대박이었지? 근데 이제 배불러서 내일은 좀 걸어 다녀야 할 것 같아.”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내일은 운동 삼아 상하이 영화 스튜디오나 가보자.”


그렇게 딘타이펑에서의 풍미 가득한 저녁은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상하이의 밤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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