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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힘

by leolee

깊은 밤, 연구소는 고요했다. 복도에 퍼지는 차가운 공기와 주기적으로 깜빡이는 LED 조명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민준은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캡슐 프로젝트... 이게 단순한 연구일 리가 없어.”


그는 연구소의 설계도를 훑으며 특정 구역에 표시된 비밀 공간의 존재를 발견했다.


‘이런 곳이 있었다고?’


호기심에 이끌린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장소로 향했다. 복도를 따라 걷는 그의 발걸음은 점점 더 빠르고 조심스러워졌다.

반면, 연구소의 다른 한쪽에서는 서윤이 조용히 이동 중이었다. 그녀는 외부 해킹 도구를 사용해 내부로 침투한 뒤, 연구소 데이터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뭔가 숨기고 있어...”


그녀의 손끝은 빠르게 움직였고, 보안 로그에서 비슷한 비밀 공간이 표시된 자료를 발견했다.


‘이쪽인가?’


서윤은 데이터를 복사한 뒤,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운 구역으로 이동했다.


민준은 벽면을 따라 걷다 보니 점점 익숙하지 않은 구역으로 들어섰다. 여기저기 오래된 금속 문과 무거운 공기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민준은 설계도에 표시된 위치에 다다라 멈춰 섰다. 문 옆에는 카드 리더기가 부착되어 있었고, 붉은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는 출입증을 꺼내 조심스럽게 기기에 대었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안쪽에서 서늘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그곳은 기존의 연구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벽은 금속성 재질로 덮여 있었고, 바닥에는 정교한 회로 패턴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방 중앙에는 투명한 캡슐이 떠 있었고, 내부에는 작고 은빛을 띤 장치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민준은 방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그의 시선은 캡슐에 고정되어 있었고, 뭔가 알 수 없는 강렬한 호기심이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 시각, 서윤은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열린 문 너머로 들어서자, 그녀는 놀랐다. 방의 구조는 자신이 예상했던 단순한 실험실과는 달랐다. 벽면에는 흐릿하게 빛나는 금속성 패턴이 있었고, 방 한가운데에 떠 있는 캡슐은 마치 공중에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서윤은 캡슐 가까이 다가가며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내부에는 민준이 본 것과 동일한 장치가 들어 있었고, 그것은 희미하게 금빛을 내며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민준은 캡슐 주변을 천천히 돌며 관찰하고 있었다.

"이게 뭐지..."


그는 캡슐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곧 멈췄다. 갑자기 방 안의 조명이 깜빡이며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경고: 외부 접근 감지. 실험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민준은 뒷걸음질 치며 주변을 살폈지만, 방의 문은 자동으로 닫혀버렸다. 동시에 캡슐 내부의 장치가 점차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두려움과 궁금증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 장치를 응시했다.


서윤 역시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캡슐에 손을 얹으려던 순간, 방 안의 조명이 붉게 변하며 기계음이 울렸다.


"경고: 캡슐 활성화. 테스트가 시작됩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지만, 캡슐 내부의 장치가 빠르게 움직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건... 뭐야?"


그녀는 혼잣말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방 안의 공기는 점점 차가워졌고, 숨쉬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민준이 방 한쪽 벽에 몸을 기대며 캡슐을 주시하는 동안, 장치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그를 향해 날아왔다. 그는 손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장치는 순식간에 그의 머리 뒤쪽으로 파고들었다. 강렬한 빛과 함께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손을 머리에 얹은 채 숨을 몰아쉬며,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음을 느꼈다.


한편, 서윤도 캡슐에서 날아온 장치와 마주했다. 장치는 그녀의 손을 향해 날아왔고, 그녀가 피하려는 순간 손바닥에 닿았다. 차가운 전류가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손바닥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고, 그녀는 자신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변화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경고: 실험 종료. 데이터 기록 중..."


기계음이 울리며 방 안의 조명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민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살폈다. 방 안은 여전히 차가웠고, 캡슐은 그 자리에 떠 있었지만 내부는 비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뒷머리를 만지며 불안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뭔가 내 안에 들어왔어... 그런데 이게 대체 뭐지."


서윤은 손바닥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의 손바닥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녀는 그 감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해."


그녀는 주변 장비를 챙기며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민준과 서윤은 서로 다른 방에서 동일한 상황을 겪으며 자신들에게 무언가가 들어왔음을 느꼈지만, 그 본질은 알 수 없었다. 연구소는 다시 고요해졌지만, 그들의 몸속에는 이제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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