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그중에서도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은 인류가 기계의 광범위한 사용을 통하여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농업, 수산업, 광업 등 기존의 산업을 혁신시키고 수송, 공업, 군수 등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키는 등 전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하였다. 영어로 산업을 industry라고 하는데 그 형용사형이 industrial이다. 또 다른 형태의 형용사형으로 industrious가 있는데 이는 ‘근면하다, 부지런하다’는 의미이다. 그전 농경, 수공업 시대에는 자기 멋대로 대충대충 일해도 됐지만, 산업 시대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 산업 시대가 되어 사람들이 공장이나 회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출근 시간과 일일 근무시간이라는 게 생겨서 정말 사람들을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당시 사람들은 단지 석탄을 태웠을 뿐인데 어떻게 무거운 기차가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석탄을 태워 증기를 발생시켜 피스톤을 왕복으로 운동시키고 이 힘으로 바퀴를 돌려서 기차나 배가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일까를 학문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학문이 열역학(thermodynamics)이다. 열역학은 열(therm)과 동역학(dynamics)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석탄을 태워서 고열을 발생시키고 기차를 움직이는 힘을 뽑아내는 전체 과정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형태가 다른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게 하는 원동력을 에너지(energy)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열역학은 그 이름을 가지고 풀면 열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어떤 시스템 내에는 일로 변환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하는데 이를 열역학에서는 내부에너지(internal energy)라고 칭한다.
에너지의 개념은 당시로는 획기적인 생각이다. 그전까지 인류는 힘(force)에 생각을 집중하였다. 대부분 사람이나 동물의 근육을 이용한 힘이었다. 또는 물레방아처럼 물체가 갖는 위치에너지의 차이를 이용한 힘이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힘을 동원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였다. 만리장성이나 피라미드 같은 거대한 구축물을 건설하는 데에는 조직적인 힘의 동원이 필요하였는데, 도르래나 마차 같은 도구가 발명되었다. 증기기관이 나오면서 그 작동 원리를 힘의 개념만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깨닫게 되었다.
뉴턴의 고전 역학은 제목에 나타나듯이 힘에 관한 학문이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에 관해 연구하는 것이 정역학(靜力學, statics)이고, 움직이고 있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연구하는 것이 동역학(動力學, dynamics)으로 기계공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이다. 열역학(熱力學)도 이름에는 ‘힘 력(力)’ 자가 들어가 있지만,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힘 대신에 에너지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다. 양자역학, 통계역학 등의 명칭에도 역사적인 이유로 역학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지만, 내용을 보면 힘이라는 말은 별로 없고 대부분 에너지 이야기이다. 바야흐로 힘의 시대가 가고, 새로이 에너지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힘의 시대가 갔다는 표현은 최남선이 기초한 기미삼일독립선언문에서 나온 말이다.
아아, 新天地(신천지)가 眼前(안전)에 展開(전개)되도다.
威力(위력)의 時代(시대)가 去(거)하고 道義(도의)의 時代(시대)가 來(내)하도다.
過去(과거) 全世紀(전세기)에 鍊磨長養(연마장양)된 人道的(인도적) 精神(정신)이 바야흐로 新文明(신문명)의 曙光(서광)을 人類(인류)의 歷史(역사)에 投射(투사)하기 始(시)하도다.
新春(신춘)이 世界(세계)에 來(내) 하야 萬物(만물)의 回蘇(회소)를 催促(최촉)하는도다.
(아!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도다.
힘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왔도다.
과거 오랫동안 갈고닦아 키우고 기른 인도적 정신이 이제 막 새 문명의 밝아 오는 빛을 인류 역사에 쏘아 비추기 시작하였도다.
새봄이 온 세계에 돌아와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는구나.)
- 최남선(1890~1957) 기초, <기미독립선언서>(일부)
당시 젊은 지식인인 육당 최남선이 이런 사고에 이르게 된 것은 그냥 우연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 10여 년 전인 1908년에 창간된 잡지 ‘소년’의 권두(卷頭)에 실린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제3연을 보면 유사한 생각이 엿보인다.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拿破崙),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거든 오너라.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일부)
이 시는 우리나라에서 시조와 현대적인 시의 과도기적 성격을 띤 장르인 신체시의 첫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대략적 내용은 구한말의 과도기적 문학들이 그렇듯 신문물을 찬양하고 국민 계몽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제목 ‘해에게서 소년에게’란 표현이 좀 생경해 보이지만 일본식 문체(海から少年へ)이기 때문이고,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고치면 ‘바다가 소년한테’ 정도가 될 것이다. 최남선이 이 시를 발표할 당시 그의 나이는 19살이었다. 힘으로 천하를 호령하던 진시황이나 나폴레옹이라도 우리 앞에 나와 보라고 호통을 치고 있다.
또한 같은 시 제4연 ‘조고만 산(山), 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 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난 자,/ 이리 좀 오나라, 나를 보아라.’에서는 일본을 ‘좁쌀 같은 작은 섬’에 비유하여 신흥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일본을 호기 있게 비판하고 있다. 지금부터 한 세기 전에, 33인의 민족대표라고 주장하는 우리 지식인들은 문명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고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왔다고 설파하고 있다. 그 뒤에 필자의 할아버지(1904~1985)와 아버지(1932~2009) 세대는 힘의 논리에 익숙한 세력들이 벌여 놓은 여러 전쟁으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그 세대에 살았던 분들은 전환기에 크게 고생하였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힘을 둘러싼 분쟁이 있지만, 대체로 볼 때 지금은 도의나 인도주의에 입각한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군사력 등이 중요하지만 경제, 문화 등 국민적인 에너지를 국력의 척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요즘 뉴스를 보면 우리의 탱크, 자주포, 훈련 비행기 등을 폴란드,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에서 수입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 무기들이 기술적으로 우수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만약 그 옛날에 우리가 독립하기 위해서는 빨리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고 아무리 부르짖어 보아야 의미가 없다. 우리들의 내부에너지가 고양되어 국가의 경제력과 기술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비로서 그 에너지가 힘으로 분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힘에 의한 지배에서 인간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확장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불과 1, 2세기 전만 해도 우리 인류에게는 노예나 종이라는 신분제도가 있었고, 사회적인 제도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했다. 지금 생각해 볼 때, 신분제도는 문명사회라면 당연히 없어져야 할 제도이고, 개인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와트(James Watt, 1736~1819)는 증기의 힘으로 기계를 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착상하여 증기기관의 원리를 연구하였다. 증기기관은 steam engine을 번역한 것이다. 여기서 엔진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엔지니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엔지니어란 엔진을 다루는 사람으로 엔진 효율 극대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엔진을 잘 보려면 열역학을 잘 알아야 한다. 열역학에는 세 가지 법칙이 있다.
제1 법칙: 에너지의 총량은 보존된다. 열기관(시스템)에서 발생한 열(q)과 수행한 일(w)의 양의 차이는 내부에너지(U)로 축적 또는 감소한다. dU = q – w.
제2 법칙: 어떤 시스템에서 열의 변화량을 온도로 나눈 값을 엔트로피(entropy)라고 부르는데 자발적인 변화(반응)에서 엔트로피(S)는 계속 증가한다. dS = δq/T > 0.
제3 법칙: 절대온도 영도(0K)에서 엔트로피는 영(zero)이다. S = 0 at T = 0K.
열역학 제1 법칙에서 열과 일과 에너지가 등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열에서 일을 뺀 것이 에너지라고 되어 있으므로 이 셋은 모두 같은 단위를 갖고 있다. 실험을 통하여 열과 일, 에너지의 등가성을 정량화한 사람이 줄(James Joule, 1818~1889)이다. 에너지의 단위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그의 이름의 머리글자인 [J]를 사용하고 있다. 그전에는 열량의 단위로 calorie를 썼는데, 기호로 cal을 사용한다. 1 cal은 1 기압 아래에서 순수한 물 1g의 온도를 1℃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으로 정의된다. 1kg의 물의 온도를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은 대문자 C를 써서 Cal 혹은 킬로칼로리(kcal)라고 나타낸다. 식품이나 다이어트 등 영양학 분야에서는 아직도 cal 단위를 쓰고 있지만, 학술적으로는 꼭 [J]을 쓴다. 1845년에 1 cal = 4.2J을 실험적으로 밝혀내고 그 결과를 출간한 이가 바로 줄이다. 줄이 이룩한 업적을 바탕으로 에너지 보존 법칙을 제안한 사람이 독일의 헬름홀츠(Hermann Helmholtz, 1821~1894)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매우 심원한 원리로 모든 에너지 보존 과정, 즉 당구공 사이의 충돌 같은 단순한 역학 과정에서부터 핵융합 과정, 소립자 생성의 과정까지 모두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