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보러 가다

아버지집에서 뒹굴뒹굴 이야기 1일 차

by 북곰

"며느리랑 얼굴 한번 봐야 하지 않겠냐?"

평상시와 같은 저녁 통화 중에 아버지로부터 나온 말이었다.

"흠! 지금 직장 들어가기 전 잠깐 쉬는 중인데 제가 아내에게 얘기해볼게요"

"응 그래 아무 때나 너희들 시간 될 때 와라~"

통화 후 아내와 얘기를 해보고 결정한 날짜가 1.9.부터 1.11. 까지였다. 회사에 어렵게 연가를 내고(아버지와 함께하는 연가는 조금 편안하게 결재해 주면 좋지 않을까 우리 상사님아) 1월 8일 수요일에 퇴근을 하였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아버지에게 가야 하지만 일단 쉬는구나'

바로, 집 앞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맥주 2캔과 골뱅이 통조림을 하나 샀다. 아내와는 내일 오전 11시에 만나기로 하고, 이틀 연가 낸다고 이것저것 일 처리하느라 힘들었던 나를 위해 맥주 한 모금, 비싼 골뱅이 하나를 먹었다. 자꾸 '비싼 골뱅이'라고 하는데 나의 기준에서 '맥주 안주'는 여유 있음 '육포', 여유가 없음 '조미김' 그중에서 특히 더 여유 있다 생각하면 '골뱅이 통조림'을 먹는다. 이런 나의 모습을 아내는 '가련'이라 하지만 뭐 그 말이 사실이니 반박의 여지가 없다.


1.9. 목요일 아침 생각보다 늦게 일어났다. 부랴부랴 짐을 정리하고, 아내와 만나기로 한 11시까지 차로 달려갔다. 11시에 만난 아내 역시 늦게 일어난 모습이었다. 둘이 같이 어슬렁어슬렁 거리면서 점심 식당을 찾아다니려고 했는데.... 날씨가 보통 추운 게 아니었다. 정말 한파 중에 한파였다.

"이보게. 자네랑 나랑 둘이 돌아다니다가 냉동 돼지 되겠네.... 가까운데 먹을 곳 없나?"

"바로 저기 보이는 짬뽕집 가자. 거기 맛있다고 우리 언니가 얘기해줬어"


짬뽕집까지 가는 길은 먼 길도 아니고 그냥 길 한번 가로지르고 신호등 하나 대기 후 건너면 되는 길이다. 이 쉬운 길을 '바람'이 어렵게 했다. 흙먼지와 돌가루가 휘몰아치고, '샥샥' 칼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날 때 칼로 베이는 착각을 했다. 짬뽕집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 따뜻한 바람이 날 반겼을 때 '살았다.'라고 생각했다. 짬뽕집에서 짬뽕 2개, 탕수육 소, 군만두 소를 시킨 후 맛있게 잘 먹었다. 11시경에 먹는 '아점'이라 약간 부대낄 만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짬뽕면이 참 특이했다. 희고, 살짝 통통한 국수면처럼 생겼는데 씹으면 쫄면 식감이 났다. 전혀 생각지 못한 면발 탄력과 따뜻한 고기국물의 감칠맛이 숟가락을 바닥에 놓을 시간을 주지 않았다. 탕수육은 찹쌀 탕수육인데 소스에 안 찍어도 그 맛이 쫀득쫀득했다. 군만두는 넙적 군만두였는데 안의 소와 겉의 바싹함이 잘 어울렸다. 오래간만에 보는 수준 높은 중국집이었다. 맛있는 '점심의 힘'으로 12시 아버지가 사는 고향으로 달려갔다.


맛있는 식사를 하며 tv뉴스를 봤는데 내가 사는 지역이 나오는 거였다. 지역 방송으로 겨우 나올까 하는 곳인데 '전국 방송에 나오네....' 의아해하며 봤다. 세상에, 내가 아버지와 함께 10일 날 타려고 했던 덕유산 등반 케이블카가 공중에서 1시간 이상 운행을 멈춘 게 나오는 것이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 등은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 덕유산 정산 등반은 자연스럽게 취소되었고, 1월 10일 날 뭐 할지 다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고민은 뒤로 한채 일단 출발했다.


시흥, 인천에서 아래 전라북도 쪽으로 내려가며 '아버지 사시는 지역에 눈이 엄청 온다'는 뉴스가 거짓말 같았다. 날씨는 한파지만 간간히 햇빛도 내리쬐는 바람 많은 맑은 날씨라 생각했다. 한데 갑자기 어느 시점으로 '날'이 바뀌었다. 주변은 깜깜해져 가고, 흰 눈이 바람에 날리고, 공기는 차가워졌다. 아내와 나는 둘이 서로 쳐다보며 "아니 언제 이렇게 날씨가 바뀐 거야?"

"오빠 시골 내려가면 돌아다닐 수 있겠어?"

"모르겠는데.... 일단 무사히 내려가보자.... 긴장된다. 정말"

두근거리는 맘에 고속도로에서도 높은 속도를 가져갈 수 없었다. 특히 터널의 초입과 마지막 부근에서는 속도를 더 떨어뜨렸다. 자꾸 '블랙아이스'가 생갔났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도로 위 살얼음도 조심하면서 결국 목적지 아버지 집에 도착했다.


아버지 집 도착하기 전 읍내 '농협 하나로 마트'로 갔다.

"아버지와 먹을 소고기랑 돼지고기 조금만 사면 되는 거지? 오빠 상추랑 쌈장은 집에 있어?"

"흠 아마 없을 것 같은데.... 아버지께 물어볼게"

아버지와 전화 통화 후 집에 거의 물건이 없으니까.... 그냥 다 사면된다는 말을 들었다. 소고기 2팩과 목살 1팩을 산 후 막걸리만 6병을 샀다. 아버지와 함께 마시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좋게 말하면 '주태백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의 대명사 중 한 명인 당나라 때 시인 '이태백'에서 '이'를 빼고 '주'를 넣어 '주태백이'라고 한다. 보통은 '주정뱅이', '술고래'라고 한다. 마트에서 장을 마친 후 아버지 집으로 갔다.


아버지 집은 퇴직 후 어머니와 함께 살고자 슬레이트 지붕의 초가집을 허물고 양옥집으로 설치했다. 이젠 아주 예전의 일이라 양옥집도 다시 리모델링해야 한다. 리모델링 금액의 어마무시함을 알기에 아버지 집 관련 얘기만 나오면 큰아들인 나는 '침묵'을 고수한다.


허름하고 무너질 것 같은 집이지만.... 화장실도 불편하다. 추억보정 그런 것 없다. 불편하다. 거실 바닥에 이불 덮고 누워있던 아버지가 반겨주었다. "어~왔냐!"

"아버지 왜 이렇게 춥고 눈 오는 날에 날 불렀어요...."

"저 왔어요. 아버님!"

"응 그래 그래!"

두서없는 문답으로 아버지와 환대 후 이런저런 얘기 없이 가만히 tv만 본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은 참 대화거리가 없는 것 같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참 변하지 않는 일관성 있는 모습이다. 그나마 '아내'가 있어, 대화가 끊이지는 않았다.


아버지와 인사 후 나에게는 또 한분 인사를 드려야 할 분이 있다. 바로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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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일 내 2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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