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렸을 때부터 ADHD 지각 증상이 정말 두드러졌다. ADHD임을 안게 고작 몇 달 전이어서 그동안 내가 지각을 왜 하는지 제대로 된 원인을 알지 못하고 살아왔다. 스스로를 그냥 게으르고 의지박약 한 사람이라 치부했기도 했다.
ADHD인 내가 늦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우선 아침에 일어나는 거 자체가 힘들었다. 아무리 일찍 자고 활동량을 늘려도 기상은 언제나 어려웠다. 잠은 ADHD인의 오전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존재다.(이건 또 다뤄볼 예정이다!)
그리고 나는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도 그 시간 자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약속시간이 2시간 남았다면 갑자기 여유롭게 청소를 하거나 운동을 다녀와서 늦었다. 시간 계산을 잘 못해서 운동 1시간, 준비 1시간 이런 식이 어야 하는데 중간중간 또 꾸물대다가 시간을 써서 꼭 준비 시간을 20분을 만들었다. 왜 여유롭게 외출을 하기 위해 기상해 놓고, 그 시간을 예정에도 없던 청소가 하고 싶어 지는지 항상 의문이었다. 집을 깨끗하게 만들어 느껴지는 뿌듯함은 챙겼지만 급한 마음에 약속 장소에 향하다 보면 또 길을 잘못 찾아서 더 늦기도 했다. 왜 약속시간이 11시까지면, 미련하게도 11시에 출발하는지 도통알 수 없었다.
그러다 보면 지각에 대한 자책감이 점점 커졌다. 만나기로 한 지인들에게 미안하고 난 왜 이것밖에 안될까 하면서 또 자기 비난에 빠졌다. 늦을 것 알고도 변명하는 내 모습이 지겹기도 했다. 만나는 사람은 달랐지만 실수로 차를 놓친 척, 지갑을 가지러 다시 돌아간 척하며 사회인의 명줄을 이어갔다. 이것 때문에 또 무의식적으로 더 무기력해져서 다음날 나가야 하는 게 힘들기도 했다.
지각은 치료하고 굉장히 나아진 부분이라 만족하고 있다.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지각 문제에 대한 원인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삶의 만족도 대향상이었다. 나는 이제 조금 더 노력하면 늦지 않을 수 있고, 지하철 역까지 뛰어가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길을 찾는 건 조금 어렵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동안 이렇게 여유롭게 살았단 사실이 내심 질투심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약속시간에 일찍 도착하는 기쁨을 알게 되어 좋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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