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한테 밥 먹자고 했는데, 거절당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어이없게도 타격을 받는다. 친구의 일정이 어렵거나 동선이 안 맞거나 등의 이성적으로 매우 이해가 가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전혀 기분이 나쁠 상황이 아닌데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고 심장이 가끔 쿵 내려앉는다. 이걸 인식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하루종일 무기력해지거나 예민스럽게 군다. 말 그대로 거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 ADHD의 거절민감성이다.
나의 경우는 거절에 대한 반응이 3가지로 나뉘었다. 거절의 응답을 받은 이후 그냥 그대로 비이성적으로 구는 케이스이다. 보통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친구,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제안을 하고 거절을 당했을 때 이런 상황이 생긴다. 또 보면 되고, 다시 일정을 잡으면 되는데 이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기분이 든다. 근데 애정하는 사람들이라 또다시 보게 되어 금방 기분이 풀린다!
두 번째는 본인 스스로 이성적으로 이해했으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여건 상, 규칙 상 나의 요청이 그에 맞지 않거나 내가 잘못 이해했을 때이다. 이런 경우 얼굴에 확 열이 오르는 것을 경험하곤 하는데, 이는 순식간처럼 지나간다.
별것도 아닌 나만의 수치심을 공유해 보자면, 스타벅스에서 거절을 당한 일이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스타벅스에서 원두를 갈아주는 서비스를 무료로 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에 집에 있는 원두를 가지고 갔다.(몇 년 전에는 그러했는데, 지금은 동일한지는 모르겠다.) 규정 상 스타벅스는 위생을 위해 개봉하지 않은 원두만 갈아주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해 서비스를 거절당했다. 나는 새 거였지만 이미 개봉된 원두를 들고 억울하고, 창피한 기분에 사로잡혀 하루를 보냈다. 내가 상세 내용을 잘못 봤을 뿐이고, 그냥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뿐이었다.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나는 몇 년간 그 기억을 되새기며 밤마다 이불을 차기도 했다. 내가 뽑은 가장 어이없는 수치심 일화이다. 아직 효과가 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괜찮지 않지만 곧 나아질 거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거절이라고 인지를 못하지만 거절이어서 타격을 받는 경우이다. 종종 원인 모를 몸의 무거움과 짜증스러움이 나를 함께하는 날이 있다. 셔파에 축 쳐져있다가 생각을 한다. 아 그 사실이 나에게 타격을 주었구나, 뒤늦게 좋지 않은 상태를 보고 인지하게 된다. 어이없다 정말!
신용 카드를 발급받는 일이었는데, 당시 4대 보험 미가입으로 가입이 거절되었다. 휴식하기로 마음먹은 기간이었고, 당장 구직을 원하지도 급히 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난 이 날 바닥에 쏟아진 액체였다. 바로 알지도 못했고 방바닥을 3시간 정도 헤엄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거절은 항상 어렵다. 충동성이 특징인 ADHD 답게 나도 그렇다. 충동스러운 건 갑작스럽게 지르는 거다. 아무런 예상하지 않고, 단순히 도파민을 만족시키려는 행태이다.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대비가 있어야 그 거절도 조금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좀 창피함 느끼면 어때,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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