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룸메이트 프랭크는 29세이고, CSIA캐나다 강사 스키레벨 3이다. 강사 중에서도 레벨이 1에서 4까지 있는데, 그는 금년에 레벨 4에 도전 중이다. 캐나다는 공통어가 영어와 불어인데, 케벡 주는 불어를 쓴다.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 캐나다의 다른 주와는 정치 경제면에서 마치 독립된 국가처럼 다른 점이 많이 있다. 그는 케벡 주의 몬트리올 출신으로 할아버지가 프랑스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이민 3세인 셈이다. 부모님은 학교교사이고, 그는 퀘벡주의 명문대 퀘벡대학교(University of Quebec, Montreal) 비즈니스 스쿨로 대학을 졸업한 후 스키가 좋아서 북미 최고의 스키장인 휘슬러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당시 몇 년 간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스키가 좋아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이곳으로 프로 스키어가 될 결심으로 삶의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좋은 부모님 곁에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으면 회사에 취직해서 잘 살 수 있을 텐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의 꿈은 빨리 레벨 4를 획득해서 가정을 가질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는 것이다. 강사로서 가정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실제로 수입이 여유롭지는 못한 실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스키장에서 일하면서 설질 좋은 스키를 타는 것 때문에 이곳에 왔지 편안과 안락을 위해서 이곳 생활을 하지는 않는다. 산을 좋아하고 스키나 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휘슬러가 천국이지만, 이곳에서 가족을 꾸리기 위해 미래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레벨 4가 되면 시간당 시급이 많이 올라가서 경제적으로 맞벌이 하면서 독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시골 산 중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는 것이 도시에 살며 좋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프랭크는 이렇게 말했다.
“내 고향인 퀘벡 주에 돌아가면 내 주위 친구들은 나의 자유로운 생활을 부러워 해. 그들은 좋은 직장에서 돈도 많이 벌며 일하지만 공기 나쁜 도시에서 온갖 스트레스와 교통 혼잡에 시달리면서 돈과 여유가 생기면 휘슬러와 같은 세계적인 스키장에서 휴가를 보내야지 하는 것이 꿈이야. 하지만 나는 그들이 꿈꾸는 곳에서 살면서 일하고 있는 특권을 누리면서 살지. 나는 돈은 적게 벌지만 적게 쓰지.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갇혀서 일하면서 번 돈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저녁에 나가서 유흥비로 쓰지만, 나는 하루 종일 대자연을 만끽하며 사니까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편하게 쉬면 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맞는 말인 것 같다. 스키 범인 브루노의 삶에 비하면 프랭크의 삶이 더 바람직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브루노는 너무 자유롭지만 경제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고, 어떻게 보면 독립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프랭크는 그에 비해 휠씬 더 자립적인 것 같다. 프랭크는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발견한 뒤 그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자기가 누릴 수 있는 안락한 생활을 접고, 자신이 꿈꾸는 세계를 선택한 용기 있는 청년이다.
주변의 시선에 매이지 않고 자기 주관대로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참 멋있어 보인다. 그들이 독립적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습관과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그런 문화에서 자라고 가정교육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