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편
남미 여행의 테마 - 음식, 해변, 음악, 여자
남미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아르헨티나다. 숙소는 호텔을 잡으려고 했다가 혼자 여행하기에 한인 민박으로 정했다. 남미에서 거의 유일하게 운영되는 이곳은 한인들이 남미 여행을 하는 기점으로 여긴다. 나를 처음으로 반겨 준 친절한 민박 매니저는 한국에 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에 아르헨티나에 탱고 춤을 보러 왔다가 이곳에 매료되어 민박하는 집에서 일하며 스페인어도 배우고 탱고도 배우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탱고가 좋아서 이곳에 머무는 젊은 여자들이 3명이나 있었다. 한국의 식상한 문화에서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자유로운 삶을 찾기 위해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용감한 한국 여성들을 보았을 때 이제 ‘한국도 많이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배낭 족 중에 남미까지 오는 사람들은 베테랑이고 모험심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남미 여행은 경비도 많이 들고 한국에서 거리도 멀다. 게다가 대부분이 후진국이고 교통이 불편한 점이 많아 편안한 걸 원하는 배낭 족들은 동남아나 유럽으로 가고 여러 곳을 다 여행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남미여행이다. 이곳에는 군대를 제대 한지 한 달도 안 돼 곧바로 남미를 여행하는 두 친구가 있었다. 대원외고를 졸업해 서울대를 나오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법학대학원을 나온 우연한 내 고등학교 후배도 있었다. 20대 초반에서 4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내가 가장 연장자인 것 같았다. 30대와 40대로 보이는 여자들도 있었다. 배낭여행을 혼자 하는 경우는 한인 중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것 같다.
남미 민박은 유럽 민박과 좀 달라 가격이 반값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식사를 제공해 주지 않아 큰 부엌에서 각자 음식을 해먹었다. 사람이 많을 때는 열 명 정도 부엌에서 북적거린다. 음식 할 때는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없어 새벽 늦게까지 술을 먹고 마시면서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유럽이나 동남아 배낭 족과 구별되는 점은 남미는 단순히 여행만 오는 경우보다 탱고와 같은 춤을 배우러 오거나 남미 문화가 좋아서 스페인어를 배우거나 남미에 살고 싶어 오는 경우가 많다.
그 민박 매니저는 참 고맙고 정이 많아 보였다. 나는 그곳에 머물고 있는 동안 한국 대학교에 교수 자리가 있어 영상통화로 면접을 봐야 할 일이 생겼다. 나는 추리닝 차림으로 편안하고 부담 없게 준비하려 하자 민박 매니저가 한국 문화로는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중요한 일이니 와이셔츠를 입어야 한다고 했다. 옷 입는 것을 코디도 해주고 인터넷이 잘 되는곳으로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참 고마웠다.
주말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가서 우루과이의 콜로니얼(Colonial)이라는 오래된 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배들이 정박해 있고 아름다운 바닷가에 바와 식당들이 들어서 있는 로맨틱한 곳이었다. 브라질과는 달리 전통을 잘 보전한 나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럽의 중세 고풍적인 건물 양식과는 달리 스페인의 식민지 시대의 건축미를 엿볼 수 있는 도시였다.
남미여행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음식, 해변, 음악, 아름다운 여자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삼바, 살사, 탱고와 같은 정렬적인 음악과 끝없이 펼쳐지는 멋진 해변 그리고 맛있는 음식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루과이의 고기는 남미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나는 거의 매일 그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바비큐 집을 찾아갔다. 남미 고기는 다른 나라와 달리 양념을 하지 않고 오직 굵은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고기의 고유한 맛을 즐기려면 아무 양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기 종류가 다양한데 브라질에서는 없는 이곳 특유의 순대와 곱창 구이는 일품이었다. 와인 생산지로써 2인이 가면 와인 한 병이 공짜로 나올 정도로 저렴하다.
일주일간 정든 아르헨티나의 민박을 뒤로 하고 나는 브라질 형집으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가장 추억에 남고 인상 깊은 순간들은 명승지를 보고 감탄하거나 사진을 찍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인간의 정을 느끼고 우정과 사랑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다니면 정해진 생활에서 나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