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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시

by 안개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머리를 조아린 채 낮은 자세로만 살았.


그대들에게 닿으려 먼 길을 기어 와서는 허물을 벗고 또 벗었지만 신이 허락한 본래의 모습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

어느 날엔 싸리나무에 걸어놓은 내 흔적만 보고도 소풍 나온 어린아이들 마저 돌팔매질을 하더라.


지나온 길과 가야 하는 길도 두절된 절망의 겨울.

반은 죽고 반은 살아서 동안거(冬安居)에 들었다.

밤마다 잠 속에선 싸르락 싸르락 눈이 쌓이고
이브가 살고 있는 창세기도 눈 속에서 하얗게 함몰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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