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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선 Dec 25. 2022

목련 여인숙엔 장미만 피어있지

목련 여인숙. 205호


그대가 못 견디게 그리운 날엔

목련여인숙에 간다

설마 순백의 백목련을 보러 왔을까

목련 여인숙엔 목련 꽃은 없고

방마다 빨간 장미만 피어있다


커다란 장미가 그려진 벽지엔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원색적인 낙서와

선데이 서울에서나 볼법한 기막힌 사연들을 적어놓았다

수많은 낙서 중에 내가 쓴 것도 있지

'아무리 외로워도 혼자서는 오지 마라 빙구들아!'

오늘은 누군가 답글을 달아 놓았네

'그러는 너는?'

반박할 낙서는 쓰지 못하고 빙구처럼

'낙서 금지'란 낙서만 했다


빙구처럼 옆방에서 들리는 가녀린 숨소리에 

몸의 핏줄들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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