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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선 Mar 09. 2023

마지막 약속



우리!

오손도손 살다가 봄볕 드는 담벼락 낡은 의자에 기대어 서로 비듬이나 털어주면서, 가끔 소중한 기억 하나 건져내, 우리의 지난 세월은 비교적 살만했다 주름진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살짝 졸릴 때 머리 위로 백목련 꽃 이파리 떨어지고, 배추흰나비 같은 벚꽃잎도 날아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


그대 먼저 보내고  딱 하루만 더 살다가 오라고요?


그대는 참 이기적이군요.

그대 없는 마지막 하루를 나는 어떻게 살라고 약속해 달라 조르다니요.

하루는 우리가 살아왔던 세월의 무게만큼 앙상한 가슴에 내려앉겠지만 그래도 하루가

지나면 그대 만날 수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참아볼게요.

빈 하늘 보며 참을 수야 있겠지만 뻥 뚫린 가슴엔 바람이 불고 바람 따라 휘파람 소리는 나겠지요.


지키지도 못할 약속 밥 먹듯 하며 살았지만

그대 먼저 보내고 딱 하루만 더 살겠다는

마지막 약속은 꼭 지킬게요.

나에게도 약속하나 해주시겠어.


그대 아프지 않기로 약속해 주세요.

아프지 말고 살다가 늦은 저녁 산책하고

잠든 것처럼 평온하게 가신다면, 나는 다행이다

울다가 웃을 겁니다.


그대가 몹시도 아파 입원시키고 온 어느 봄날밤 그대가 설거지하던 싱크대에 기대어 앉아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그대는 알까요.

그때는 왜 그렇게 겁이 던지요.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눈도 꿈쩍 않는 건조한  나이가 되었지만 그대 아픈 것은 여전히 두렵 겁이 나네요.


그대 먼저 보내고 하루만 더 살겠다는 마지막 약속 지킬게요.

그대도 아프지 않겠다는 약속 꼭 지켜주세요. 


나와는 달리 약속 잘 지키는 그대를 믿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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