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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Oct 06. 2021

[책 리뷰] 세대공감 실버 동화

까치가 물고 간 할머니의 기억 vs 기억요정 또또

삼십여 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도 치매를 앓으셨다. 오래전 일이지만, 치매 노인과 일상을 공유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 지 어린 나이에 겪어본 나로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인내해야 하는 것인 지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큰 아이가 1학년 때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한 권 '까치가 물고 간 할머니의 기억'은 그때 그 시절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는 어떤 마지막 기억을 간직하셨을까?


까치가 물고 간 할머니의 기억


파인애플 피자가 몹시 먹고 싶다며 피자를 사러 나간 할머니는 도둑 까치가 자동차 열쇠를 훔쳐가서 곤란해합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말을 믿지 않을 테니까요. 내리막길을 총총 걸어가다가 문득 아홉 살 때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구를 때 기억이 또렷이 생각납니다. 바람보다 더 빠른 기분이 들었던 그날을..

어두컴컴해져서야 집에 돌아온 할머니. 이렇게 집을 잘 찾아온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꼭 안아줍니다. 빈 손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도리어 할아버지한테 밥도 안차려 놨냐고 하지만 할아버지는 제일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토니오 피자가게로 갑니다.  

할아버지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때문에 걱정이 많아져 잠을 이루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세상에서 정말 아름다운 드레스

하늘, 새들, 창문들이 가득 있고 그 창문 안쪽에는 사진과 기념품,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나씩 꿰매어 붙여둔 것이죠!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여보, 이 옷만큼은 절대 잃어버리기 없기예요."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도 외할머니를 위한 마지막 선물을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몇 십 년이 더 흐른 뒤

나는 나에게 어떤 의미있는 마지막 선물을 준비할 까?

천천히 생각에 잠기고 싶은 고요한 새벽이다.


기억요정 또또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할머니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시험공부한다는 손녀의 신경질적인 말 한마디에 얼른 텔레비전을 끕니다. 주말에 가족여행 같이 가실 거냐는 아들의 말은 참으로 반갑지만 따라나서지 못합니다.

빈 집에 혼자 남아있아 잠을 이루지 못하던 할머니는 푸른색 옷을 입고 수첩을 들고 있는 엄지손가락만 한 아이, 기억요정 또또를 만나게 됩니다.

"잊고 싶은 기억을 말해주면, 전 그걸 없애 줘요. 쓸데없는 기억 때문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요정이랍니다."

기억을 지우면 젊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할머니는 영감에 대한 기억, 아들에 대한 기억을 절대 말하지 않아요.

대신 할머니의 나이(76살), 이름(김영순), 리모컨 위치, 가스레인지 끄기, 심지어 집에 찾아오는 주소까지 필요한 기억들만 말합니다.

다들 잊어도 되는 옛날 일들을 기억요정에게 준다고 알려주지만 할머니는 옛날엔 다 좋았다고 되뇝니다.

노인성 치매 진단을 받게 된 할머니.

식구들은 더더욱 말도 붙이지 않고, 그럴수록 유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또또가 보고 싶다는 할머니를 이해할 수도 없게 됩니다.  

절대 옛날이야기는 안 할 거라는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또또에게 이야기합니다.

신랑을 처음 만난 기억......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소녀가 된 할머니

기억을 잃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와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할머니

달빛을 받으며 목련꽃 마냥 환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


그 때 우리 외할머니도 누군가와 이토록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을까?

마지막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기억요정에게 옛날 이야기를 몽땅 다 쏟아낼 만큼

나는.....

마지막까지 내 이름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

누구의 엄마로서 살아간 이야기 말고

누구의 아내로 살아간 이야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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